[그래픽=이운자 기자/yihan@]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만 약속해 준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밝힌 강남 초고가 아파트 경비원 A(43) 씨가 자신에게 폭행과 폭언을 쏟아 부은 입주민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비원 A씨가 이날 폭행과 모욕 혐의로 입주민 권모(43) 씨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권 씨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8시쯤 강남구 삼성동 H아파트 정문 경비실에서 A씨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 부위와 하체 주요 부위 등을 총 3차례 폭행하고 10분 동안 상급자와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과 욕설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외출했다가 아파트로 돌아오던 중 주차장 차단기가 늦게 올라갔다는 이유로 A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이 녹음된 파일에는 A씨가 수차례 사과했지만 권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왜 여기서 밥을 빌어먹고 사느냐”, “처자식이 들을 정도로 욕을 해주겠다”, “머리 처박고 문이나 열라”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10분 가까이 내뱉는 상황이 담겼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만 약속해 준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지 16일, 언론 보도가 나간 지 4일이 지나도록 조금도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고소를 결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이어 “언론 보도가 나간 날 권 씨의 사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본 것은 권 씨가 모친과 함께 차를 타고 귀가해 유유히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뿐이었다”며 “제가 또 침묵하면 동료 경비원들이 계속해서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해 보였다”며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이 A씨의 고소장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하면 과거에 있었던 권 씨의 갑질 행각까지 수사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경비원들에 따르면 권 씨는 경비원들에게 툭하면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왔으며 이로 인해 경비원 2명이 일을 그만 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은 100억대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 거주자가 경비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사건으로 알려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해당 거주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