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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최소 22개 ‘금지’ㆍ28개 ‘금수조치’…“제재그물 단번에 안 풀려”
니키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2017년 9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2375호 제재결의안에 찬성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최소 13가지 이유로 北 제재망 형성, 20여개 법 겹겹 포위
-유엔 제재 풀려도 효과 미미…“美 움직여야”
-하노이 회담, 제재 완화 위한 ‘또 다른 시작’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I haven’t taken sanctions off.(나는 제재를 풀지 않았다)”

“I’d love to be able to.(나도 제재를 풀고 싶다)”

오는 27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6일 앞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북한의 행동’을 전제로 했지만 파장은 적잖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제재 완화’를 시사한 발언이라서다.

일견 가벼워 보인 단어 속 무게는 막중하다. 트럼프가 말한 그 ‘제재’는 트윗같은 것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두개를 푼다고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들 제재는 북한이란 나라를 사실상 세계에서 지워버렸을만큼 막강하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제대로 풀릴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살펴보자. 얼마나 복잡한 그물인지.

▶ 최소 22개의 ‘금지’조치ㆍ13가지 이유 = 한국개발연구원(KDI) 북방경제연구실이 지난해 7월 ‘북미관계의 변화 및 향후전망’ 협의회를 열며 발표한 분석자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1월 펴낸 전략보고 등에 따르면, 2018년까지 북한에 부과된 ‘금지조치’는 최소 22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과 미국 독자 제재를 합한 것이다.

금지 조치는 북한 경제ㆍ사회분야의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물품과 서비스 수출을 제한했다. 개인과 기관의 자산은 동결돼 있다. 국제기구 지원은 막아놨다. 국제금융기구ㆍ경제지원 관련 기금 사용도 할 수 없다. 양자(국가대 국가) 지원도 금지 대상이다. 농산물 판매도 막혀있다. 무역특혜조항 적용도 안 된다. 교통관련 수출입도 금지대상이다. 그 외 각종 거래 금지는 물론, 문화교류도 불허한다.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모든 조치엔 적절한 이유가 붙었다. 크게 보면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우려 ▷ 비(非)시장경제(공산주의)국가 ▷테러지원국 ▷적성교역국가 등이다.

톺아보면 총 13가지의 ‘금지 이유’가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엔 사이버테러ㆍ시장교란ㆍ위조 및 돈세탁ㆍ인신매매ㆍ인권침해 등 사유가 포함됐다.

▶ 수출입 금지 28개분야 = 이로 인해 북한이 사고 팔 수 없는 것은 최소 28개 분야에 걸쳐 있다.

수출할 수 없는 품목과 서비스는 총 22개다. 금ㆍ은ㆍ동ㆍ납ㆍ철ㆍ아연ㆍ니켈ㆍ티타늄광ㆍ바나듐광 등 금속류부터, 석탄ㆍ철광석ㆍ희토류같은 원료용 자재가 수출 금지다. 이 뿐 아니다. 해산물ㆍ농산품ㆍ토석류ㆍ목재류 등 1차산업도 포함됐다. 선박ㆍ기계류ㆍ전기기기 등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이 수입할 수 없는 분야는 6개다. 산업용 기계류ㆍ운송수단ㆍ철강ㆍ기타 금속류 등이다. 원유와 정제유 수입도 최소한 ‘연명’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꽉 막혔다.

또 있다. 2017년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와 2397호에선 북한과의 ‘보이지 않은 교류’ 를 원천 차단했다. 대표적인 게 경제협력사업 금지다. 북한과 벌이는 기존 합작(공동투자-북한이 경영)ㆍ합영(공동출자 및 공동경영)사업과 신규 합작 사업이 막혔다.

해외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고용허가도 2017년 12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의해 금지됐다. 즉 해외 근무 북한 노동자는 2년 내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하고, 신규 취업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조치다.

금융지원도 막혔다. 대북 무역을 위한 공적ㆍ사적 금융지원이 역시 2397호에 의거해 금지됐다. 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사전 허용한 경우만 제재 예외로 남겨뒀다.

▶ ‘탄탄한’ 법적 근거도 20가지 = 모든 조치와 그 이유엔 타당한 법적 근거를 남긴다. 제재의 영속성을 위해서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한 제재 등을 겨냥해 적용하는 법만 최소 20개다.

돈세탁을 막기 위해 상업은행 거래를 금지하는 애국법ㆍ물품 수출을 막는데 활용되는 수출관리법ㆍ대외지원 장벽으로 쓰이는 대외원조법ㆍ수출입은행 자금 지원을 불허하는 수출입은행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개인-기관의 자산동결 또는 북한 당국과의 거래금지 등은 대외경제비상조치법ㆍ국가비상법 등 2개 이상의 법적근거를 두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북한 도발 수준에 따라 적용과 해제를 반복한 법률도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무기수출통제법ㆍ수출관리법ㆍ대외원조법이 그것이다. 지난 2008년 당시 부시행정부는 6자회담이 일정부분 결실을 맺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1월 북한을 이 테두리에 다시 집어넣었다. 같은 해 2월 있었던 김정남 암살사건 등을 ‘해외 영토(베트남)서 일어난 국제테러 지원행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난마처럼 얽힌 사슬, “한 번엔 안 풀릴 것”= 대북 제재는 크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제에 의한 금지조치와, 미국의 독자 제재 때문에 생겨난 금지조치로 나뉜다. 하지만 일부는 두 가지가 얽혀있다.

미국 유엔참여법을 법률적 근거로 둔 조치 2가지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수입제한’은 미국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국제사회(유엔 안보리) 조치를 주요한 이유로 두고 있다.

중요한 건 미국 유엔참여법의 제정 이유와 목적이다. 미국은 1945년 당시 신생 국제 기구였던 유엔안보리 결의사항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 미국이 북한의 ’수입제한‘ 조치를 풀어주고 싶어도 유엔 조치에 따라야 하고, 혼자 풀어줄 경우엔 자국법을 어기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노이 만남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김 위원장이 작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때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헤럴드DB]

쉽게 말해 유엔 제재가 먼저 풀려야 미국도 자국법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수입제한‘조치를 풀어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가 풀린다 해도 북한이 모든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유엔 대북 제재를 푼다고 해도 이는 전체 제재 중 일부”라고 했다. 최소 22개인 금지조치 가운데 수출입 등 기본적인 무역거래와 경협사업ㆍ금융거래 등만 복원되는 셈이다.

전략물자 통제 등 나머지는 미국이 움직여야 풀 수 있다. 조 전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에게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전략물자를 반입할 수 없다. 원칙적으론 노트북도 못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을 북한도 모를 리 없다. 북미 협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외교소식통은 22일 “북한은 2차정상회담서 유엔ㆍ미국을 망라한 모든 제재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 합의문에도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검토한다’는 수준 이상의 결실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회담은 제재 완화 논의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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