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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무고·위증 등 ‘역고소’ 당한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방안 추진
-현행법상 역고소 당한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조력 못 받아
-친고죄 폐지 후 ‘가해자 출구전략’으로 활용되는 역고소
-형사소송법 체계·국선변호사 열악한 근무 환경 등 한계

미투 운동[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문재연 기자] 검찰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 조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해자의 역고소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무고 등의 혐의로 역고소를 당할 경우 기존 성폭력 사건과 연계해 추가적인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대검 형사2과는 국선 변호인 지원 및 무료법률구조사업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 피해자, 법조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행법상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에 한해서만 국선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대검 관계자는 “역고소를 당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추가적인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근본적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 등으로 성폭력 고소,고발 사건이 늘면서 가해자의 역고소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 역고소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위증 혐의까지 더해지는 추세다. 역고소는 그 자체만로 피해자에게 상당한 압박을 준다.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는 순간 성폭력 피해자들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또다시 성폭력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에서 피해자 스스로가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 역고소가 사실상 ‘가해자 출구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팀장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 가해자들이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역고소를 당해 피의자 신분이 된 성폭력 피해자들은 추가적인 고통에 시달리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지도 꺽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성폭력 피해자가 역고소를 당할 경우에도 국선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 우선 피의자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국선 변호사의 조력을 강제하거나 의무화하는 것이 현행 법 체계와 충돌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업무 부담과 적은 보수 등 국선변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국선 변호사는 “무고 등으로 역고소된 성폭력 피해자는 피의자인데 국선변호사가 제도적으로 관여한다면 형사고소를 당한 모든 피의자를 다 국선 변호사가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보다는 무료법률구조사업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률구조공단, 여가부 등에서 시행하는 무료법률구조사업에 성폭력 피해자도 대상”이라며 “해당 사업은 피해자가 역고소 당할 경우 2차 피해로 판단해 법률 지원을 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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