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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김명희 KOTRA 나이로비무역관장]미국 수출기업이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이유
2018년 어느 날 미국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이 나이로비무역관을 찾아왔다. 한국산 원단을 베트남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케냐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려하니 봉제공장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적지 않은 관세를 내고 있는데 케냐에서는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2000년에 제정한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에 의하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 미국으로 수출할 때 의류, 포도주, 농산물 등 특정 품목에 무관세 혜택을 주고 있다. 제정 당시 이 법의 적용기간은 2015년까지였으나 10년 더 추가해 현재 2025년까지 연장됐다. 최근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분위기여서 2025년 이후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미국 수출기업이 발 빠르게 아프리카로 움직이고 있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2억 인구의 거대 아프리카 시장이 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르완다 키갈리(Kigali)에서 열린 제10차 아프리카연합 특별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협정(AfCFTA)’을 출범하는데 합의했다. 현재 총 55개 회원국 중 49개국이 협정에 서명을 완료했으며, 그 중 18개국이 의회 비준을 마친 상태다.

무역협정의 발효조건이 22개국의 비준이므로 4개국만 남았다. GDP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세계무역기구(WTO) 다음으로 큰 세계 제2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아프리카 국가 간 무역장벽이 철폐되면서 무역이 촉진되고 이에 따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적으로 성장과 발전이 전망된다.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는 수입관세가 제거되면 아프리카 역내 교역은 2010년 대비 2022년까지 52.3% 증가할 것이며 비관세장벽까지 제거될 경우 그 증가폭이 배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비관세장벽과 거래비용 감소로 2027년까지 2.64%(2018년 기준 650억 달러 규모)의 복지향상이 전망된다.

우리 기업은 아직 아프리카 진출을 낯설어한다.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안 와봤기 때문’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2018년 11월 동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한국 소비재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때 참가한 기업은 식품에서부터 화장품, 가전제품, 가정용 의료기기 등 다양한 품목을 들고 나왔다. 기억에 남는 제품은 들깨를 주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이었는데, 개장 첫날 전시한 들깨 관련 제품이 다 팔렸다.

이들은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을 어떻게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사는 걸까? ‘한국 제품’이 주는 신뢰감이 구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매운 떡볶이, 매운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방문객들은 거침없이 이들 제품을 구매했다.

이제 우리는 이들이 보여준 한국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신뢰를 아프리카 시장 확보에 활용해야겠다. 아프리카를 더 이상 기아에 허덕이는 곳으로만 보지 말고 12억 인구의 거대 소비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아프리카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김명희 KOTRA 나이로비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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