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노조 리스크에 갇힌 한국 경제
한국 경제가 ‘노조 리스크’에 갇혔다.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양대 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고, 민주노총은 3월 6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후진’을 거듭하는 자동차 산업은 임금인상ㆍ광주형 일자리 등 불만으로 부분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금융권도 가세해 평균 연봉 9100만원인 KB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19년 만에 총파업을 벌여 ‘배부른 파업’이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조선업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놓고 ‘파업 몽니’를 부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동차 업계다. 국내 차산업은 생산량이 3년째 후진하며 멕시코에 밀려 세계 7위로 내려앉았지만 노사관계는 살얼음판이다.

르노삼성차는 작년 10월부터 5개월간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총 34번, 128시간 공장이 멈췄다. 손실금액은 131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등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르노공장 임금은 평균 연봉이 7800만원으로 일본 공장보다 20% 높다. 세계 르노공장 46곳 중 세번째로 비싸다.

임단협 협상이 늦어지면 오는 9월 위탁 생산계약이 끝나는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이 늦어져 생산량이 반토막 날 수 있다. 1998년 공장 설립 이후 최대 위기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노동적폐 1호’라고 비판하며 대정부 투쟁 확산을 공언하기도 했다.

기아차 또한 정책 리스크로 노조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문제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한 달 넘게 진행하던 생산직 채용 절차도 갑자기 중단했다. 오는 22일 앞둔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인정되면 기아차는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지난해 간신히 국가별 수주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한 국내 조선 빅2의 노조는 합병 몽니를 부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백지화를 요구하며 파업 불사를 외치고 있다. 동종사를 통한 매각은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고용안정 우려를 제기하며 지난달 31일 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0일 총회를 갖고 장정합의안 처리를 결정한다.

‘노사’ 뿐 아니라 ‘노정’관계 경색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민주노총은 3월 6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법 개악 저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쟁취, 제주 비영리병원 저지, 구조조정 저지와 제조업 살리기가 명분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경사노위 참여 독려를 무시하고 사실상 거부를 선언하면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 사정이나 일자리 문제를 감안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모습은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통상임금 신의성실의 원칙(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을 더 주는 것은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노동자는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 내용) 판결마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한다지만 실질적으로 경영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된 것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동기본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일감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몸집 줄이기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강성 노조가 ‘우물안 투쟁’을 지속할 땐 한국 경제에 미래는 없다. 

천예선 산업섹션 재계팀 차장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