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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로 ‘무허가 건축물’ 수두룩… ‘재난 사각지대’
을지로 화재 알고보니…
1981년 이전 ‘기존 무허가 건축물’
안전취약한데 집계조차 쉽지않아
발화장소 ‘공업소’…관리도 취약


4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며 을지로 일대를 연기로 뒤덮었던 14일 ‘을지로4가 아크릴 공업소 화재’ 사고는 부실한 노후 건축물 관리 실태 속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화재 발생 건물은 무허가 건축물로 안전에 취약한 상태였고, 최초 발화 장소였던 ‘아크릴 공업소’는 화재 고위험 업종임에도 사업시행에 별도의 허가가 필요없는 ‘자유업종’으로 규정돼 있었다.

15일 서울시와 중구청 등에 따르면 전날 화재의 최초 발화장소였던 을지로 4가 소재 건물은 1981년 이전에 지어진 ‘기존 무허가 건축물’이었다. 무허가 건축물은 행정기관에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건축물 대장 목록이나 법원 부동산 등기에도 등재돼 있지 않다. 화재 건물 역시 행정 기록은 전혀 없다.

중구청 관계자는 “화재가 난 건물은 지어진 뒤 시간이 상당부분 소요된 무허가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현재 구청에 가지고 있는 건축물 대장 등에는 등재돼 있지 않은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무허가 건축물’은 불법 건축물이다. 현행법은 무허가 건축물 소유주들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 일선 자자체에 허가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은 매년 항공사진을 촬영해 지난해와 비교하고, 무허가 건축물을 조사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1981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제외된다. 1981년 이전에는 항공사진 촬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1981년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을 ‘기존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칭한다. 소유주가 국가에 신고한 경우만을 ‘기존 무허가 대장’에 기록하고, 나머지는 방치된다. 사실상 행정기관이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지어질 때부터 관리를 받지 않다 보니 구조안전성이 열악해 화재 등 재난 상황에 취약점이 많다. 이후 증축을 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때도 일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는다. 구청이나 소방서가 시행하는 단속 대상에서도 소외된다. 소방시설이 설치됐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 중구에만 이런 건물이 수백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가 발생한 가게의 업종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은 미치지 못했다. 화재가 난 아크릴 공업소들은 업종상 ‘자유업’으로 규정된, 영업 허가ㆍ등록ㆍ신고가 필요 없는 경우였다. 자유업종은 허가나 등록ㆍ신고업종과 비교했을 때, 영업 및 안전규정 마련 정도가 미비하다. 다른 업종은 소방ㆍ안전ㆍ환경개선 시설이 갖춰져야 허가나 등록ㆍ신고를 받을 수 있다면, 자유업종은 그런 기본적인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스레 관계기관이 지도나 점검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적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문제에서 취약한 불법건축물인 무허가건축물을 일방적으로 일선 소방서가 ‘소방대상물’로 지정하고 관리하게 되면, 불법 건축물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면서 “무허가 건축물들이 그대로 존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국가차원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국ㆍ김성우ㆍ성기윤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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