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 “시간이 없어 내용 다룰 시간 없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계속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달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 간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12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북미정상회담 전 북핵 관련 쟁점 해결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전날 의원외교를 위해 방미한 문희상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특별대표가 된 뒤 6개월 만에 처음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났다.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뭘 다룰 시간이 없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2차 핵 담판에서 북미 간 ‘포괄적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북미가 정상회담에 그치지 않고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여야 대표단은 비건 특별대표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북미 간 협상이 내용 면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솔직한 발언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진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얼버무리면서 “아직 상부에 보고를 안 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이런 태도에서 나타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을 볼 때 협상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평가한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들은 다음 주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각자 공동성명 초안을 갖고 나와 마지막 조율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건은 의원들에게 다음 실무협상에서 합의문안 작성에 들어간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건은 “갈 길이 멀다. (정상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선택했다. 북한도 선택하길 원한다. 북한이 (선택)할 것인지는 북한만이 알고 있다. 북한이 선택하도록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의원들이 북한이 원하는 미국 측 상응 조치에 대해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종전선언 등 4가지를 거론하자 비건은 “정확히 짚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북한의 최우선 순위는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 관광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비건이 “우리는 선택했다”고 언급한 것도 상응 조치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soohan@he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