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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도착증 판명됐는데 약물치료 기각…‘화학적 거세’ 논란 재점화
법원 “자연치유 가능성 있어”

13세 미만 아동에게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70대 남성에 대한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특히 성도착증 환자라는 점이 판명됐는데도 ‘자연 치유 가능성이 있다’는 사유를 들어 약물치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형사1부(부장 정철민)는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75) 씨에게 징역 9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신상정보공개 10년, 취업제한 7년, 전자발찌 착용 등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치료감호와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은 기각했다.

이 씨는 5명의 13세 미만 아동들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키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폭력범죄를 수차례 반복해온 성도착증 환자에게 성충동 약물치료가 기각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보고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0년 사이 이 씨의 범죄가 반복된 점과 이 씨가 ‘(의중)소아성애장애’(성도착증)를 앓고 있다는 치료감호소 감정의사의 진단을 토대로 이 씨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했다. 이 씨는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SORAS) 평과 결과 재발위험 ‘중간’ 수준에 해당했다.

반면 법원은 “장시간의 형 집행이 예정된 사람의 경우에는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실제 치료명령의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어 성도착증이 자연스럽게 완화되거나 치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성충동 약물치료 외의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 재범방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2006년과 2008년 4차례에 걸쳐 5명의 아동을 “도와달라”고 유인해 성폭행하거나 유사성행위를 시키는 등의 범죄를 저질러 기소됐다. 이 씨는 9세 아동의 집에 침입해 성범죄를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 씨는 10년 뒤인 2017년 8월에도 만 7세 아동을 유인해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강제추행해 지난해 1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2011년 7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제도 시행 이후 53건의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가 있었고, 법원은 23건의 약물치료 판결을 내리면서 27건을 기각했다. 이중 14명은 치료감호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가운데, 출소한 6명 중 3명은 보호관찰 기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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