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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플 부진’ 늪…제조업 붕괴위기
조선·차 등 13개업종 생산능력 감소…체계적 대책 절실


우리 경제ㆍ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신(新) 성장산업의 창출이 지연되면서 생산ㆍ투자ㆍ고용이 동시에 저조한 ‘트리플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작년 후반 이후 반도체 경기도 꺾이고 있어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기업 투자 촉진책을 펼치고 있지만,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것과 같은 한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11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은 생산ㆍ투자ㆍ고용이 동반 위축되면서 성장 동력의 역할을 상실했다. 특히 생산능력 등 일부 지표는 1970년대 경제개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 제조업이 중대 전환점에 처했음을 보여주었다.

먼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0.1% 증가하는데 머물러 사실상 정체한 가운데, 재고는 6.2% 늘어나 ‘껍데기’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재고율은 116.0%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9월(122.9%) 이후 2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경제위기 당시 수준인 72%대에 3년째 머물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뒷걸음질친 셈이다. <관련기사 3면>

투자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4.2% 감소했고, 특히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1% 줄어 1970년대 경제개발 이후 처음 감소했다. 생산시설 폐기나 해외이전 규모가 신규ㆍ증설 규모를 웃돌면서 생산기반이 사실상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능력 증감을 업종별로 보면 21개 대분류 업종 가운데 음료(5.5%)ㆍ식료품(3.7%)ㆍ전기장비(2.5%)ㆍ의료 및 정밀기기(1.4%) 등 8개 업종의 생산능력이 늘어난 반면, 절반이 넘는 13개 업종의 생산능력은 줄어들었다. 특히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조선을 포함해 기타운송장비 생산능력이 14.6%나 급감했고, 자동차 생산능력도 3.0% 줄었다. 철강을 비롯한 1차 금속(-1.3%), 비금속광물(-4.7%) 등 핵심 제조업은 물론, 섬유(-2.9%)ㆍ가죽(-6.4%)ㆍ목재(-5.6%) 등 경공업의 생산능력도 줄줄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 이후 3년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감소 규모는 2016년 2만1000명, 2017년 1만8000명에서 지난해에는 5만6000명으로 확대됐다. 산업별 근로자 소득(2017년 기준)을 보면 제조업이 366만원으로 도소매(238만원)나 음식숙박(122만원), 부동산업(229만원)을 크게 웃돌고, 공공행정 및 국방(371만원)과 비슷하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제조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고용회복도 불가능하다.

경제의 서비스화가 가속화하더라도 제조업 기반을 상실하면 경제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세계 각국이 펼치는 제조업 부흥 전략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위대한 미국 제조업’을 기치로 내건 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첨단제조 강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고, 독일ㆍ영국ㆍ일본 등 선진국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0~50년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ㆍ체계적인 접근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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