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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제조업]반도체까지 투자 외면하고 버티기에 ‘근근’…“전통 주력산업부터 살려야”
금융위기 이후 투자 가장 저조
“기존 주력 제조업 위기부터 해결해야 신산업 투자 가능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우리 경제를 사실상 지탱해 온 반도체마저 투자가 꺾이면서 제조업 전반에 걸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위급한 주력 제조업 분야부터 살려야 장기적인 신산업 투자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4.2% 감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7.7%)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조선 등 운송장비 투자(3.7%)가 반등세를 보였으나 반도체가 포함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1%)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년 대비 1.0%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악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투자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제조업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봤다. 긍정적 요인이 없었다. 반도체는 조정세를, 자동차ㆍ철강 등은 해외생산 증가, 업황 부진 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5G 상용화, 여행객 증가로 통신업과 운수업 등 비제조업 투자는 개선될 전망이다.

민간 기관들도 같은 시각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 반도체 투자 축소, 자금 조달 여건 악화 등을 감안해 설비투자의 증가율을 0.4%로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설비투자액이 전년보다 6.3% 감소한 170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0.9%)보다는 중견기업(-31.3%)과 중소기업(-24.6%)의 투자 감소폭이 클 전망이다. 수요부진과 불확실한 경기가 투자를 줄이는 이유로 조사됐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수주가 개선 추세에 있지만 공공부문의 효과가 크다. 민간 제조업은 11월, 12월 각각 전년 동기비 -25.2%, -7.3%를 기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기준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했다. BSI가 60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6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전통적인 주력 제조업 분야부터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년~30년 후를 내다본 수소자동차, 자율주행기술 개발도 좋지만 당장 시급한 과제는 기존 주력 제조업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반도체는 최근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자동차 공장은 최근 10여년 간 국내에 신설되지 않았고, 조선도 수년째 구조조정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와 정부가 합작을 통해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주 실장은 “낮은 생산성, 높은 인건비, 과잉생산 등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은 원인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조업 분야가 경제를 지탱하는 동안 장기적인 시각을 내다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최근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를 현재 1000여대에서 3년 후 8만1000대로 늘리겠다고 했다.

다른 국가에 비하면 미래먹거리 찾기가 크게 뒤처져 있다. 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 수는 2017년 기준 120개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지키고 있고 상위권에 든 기업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5위에 수년째 머물고 한국과는 다른 모양새다. 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효과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특수가 상당기간 이어져 온 만큼 당분간 투자는 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결국 새로운 산업이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혁신을 통해 신산업을 키우고 설비투자 외에 R&D에 투자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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