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의 마크 허링 검찰총장(왼쪽부터)과 랠프 노덤 주지사, 저스틴 페어팩스 부지사. [AP]

미국 버지니아 주정부의 ‘톱3’가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정부 리더십이 위기에 빠졌다. 랠프 노덤 주지사의 인종 차별 논란, 저스틴 페어팩스 부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이어 마크 허링 검찰총장도 과거 흑인 분장을 하고 찍은 인종 차별적 사진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들이 소속된 민주당은 연이은 논란에 난처한 입장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허링 총장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 가발과 갈색 화장으로 흑인 분장을 한 채 파티에 참석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내 행동에 전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면서 “당시 열아홉살의 어린 나이로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할 수 있는 고통에 무감각하고 인식이 없었다”고 사죄했다.

앞서 1일에는 노덤 주지사가 졸업한 이스턴 버지니아 의과대학의 1984년 졸업앨범에 실린 인종 차별적 사진이 공개됐다. 이는 KKK(큐 클럭스 클랜·백인 우월주의 결사단)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으로 분장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으로, 노덤 주지사는 자신이 사진 속 인물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사진 속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 결정이 일으킨 상처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가 다시 자신이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고 번복하는 등 논란을 키워 같은 민주당 진영에서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페어팩스 부지사는 성폭행 공방에 놓였다.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은 2004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만난 페어팩스 부지사가 대화를 나누던 중 잠시 문서를 가지러 호텔 방에 가자고 했고 이후 돌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페어팩스 부지사는 “100% 상호 합의”로 이뤄진 관계였다면서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상대 여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스탠퍼드대 연구원 및 스크립스대 조교수 바네사 타이슨’이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당시 상황을 추가로 설명했다.

부지사와 검찰총장은 각각 주지사직 승계 1순위와 2순위다.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2017년 11월 ‘미니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경합주(swing state)’로 꼽히는 버지니아에서 득세했던 민주당은 때아닌 위기를 맞게 됐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퇴진 압박이 거세지만, 이들 3명이 일제히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현경 기자/p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