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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내 편’만 필요한 정치가 만든 ‘아전인수 민심’
“경제활력 회복 정책에 긍정적이다. 대체로 기대하고 성원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권 여당의 한 최고위원이 전한 설 민심이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에게 했던 말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살기가 어렵다. 일자리가 없다.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없다”는 야당 의원이 들은 말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다. 도저히 같은 시간, 같은 나라, 같은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극과 극의 평가다.

물론 이런 여야의 상반된 민심 전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 또는 부작용을 놓고 설전을 펼친 지난번 추석에도, 또 여야가 달랐던 이전 정부에서도 매번 있었던 일이다. 한마디로 서로 ‘아전인수’ 해석에 바빴다는 말이다.

내가 듣기 싫은 민심에 귀를 닫는 것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듣기 싫은 소리, 선거에서 어차피 나를 뽑지 않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먼저 닫는다. 듣기 싫은 쓴소리에 귀를 열고, 잘못했다고 해봐야 다가오는 선거에서 나에게 표를 줄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열성 지지자들의 구미에 맞는 말 한마디 더 하는게 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4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요즘같은 다당제 구도에서는 더하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절대 다수 국민, 과반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뽑아줄 소수의 열성 지지자들이기 때문이다.

아전인수로 맘을 정하면 일단 속은 편할 수 있다. 매사가 만사형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쓴소리는 적들의 아우성 정도로 치부하면 끝이다. 다음 정치 전쟁, 즉 선거는 그래도 상대보다 머릿 수가 좀 더 많아보이는 내 편이 똘똘 뭉치면 걱정없어 보인다. 선거에서는 ‘포용’과 ‘화합’을 말하다가도, 당선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로 포장되는 ‘내편’만 남는 이유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 편의 목소리를 국민 전체의 목소리, 즉 ‘민심’으로 포장하는 정치 화법이다. 내 편의 목소리도 국민들의 목소리 중 일부일 수는 있지만 결코 전체가 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내 지지자들을 위한 정책도, 나의 선거 승리를 위한 공약도 국민 전체를 위한 것으로 뒤바뀐다.

이는 결국 민심 왜곡과 편향적 정책으로 이어진다. 특히 그 상대의 숫자가 더 많은 요즘같은 다당제 구도에서는 왜곡의 정도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체 국민, 특히 반대하고 뽑지도 않은 국민들에게 상당부분이 돌아간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아전인수식 민심 해석을 경계해야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항상 필요한 것은 냉정한, 객관적인 현실 인식이다. 학문을 넓히고자 하는 학자도, 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경영자도, 나라를 이끌 지도자도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읽어야만 올바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 ‘내가 나를 모르면 상대를 이길 수 없는 것’은 역사책에서 또 스포츠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연한 교훈이다. 오늘 겉으로는 상반된 민심을 전한 여야 지도자들이지만, 말하지 않은 이들의 머릿속에는 현실을 바라보는 냉철한 눈이 자리잡고 있기를 믿고싶은 마음 뿐이다. 또 다시 실망을 얻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최정호 정치섹션 정치팀장 choi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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