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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군사갈등 커지는데 침묵하는 美…그들이 ‘발빼는 순간’ 동북아는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문제와 레이더 논란으로 한일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다. 양국은 미국이 중재에 나서길 기대했으나 미국은 침묵을 지키다 마지못해 나서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군사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데도 미국은 왜 침묵한 걸까.

2014년 출간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이란 책으로, ‘미국 쇠퇴, 중국 패권론’에 쐐기를 박은 국제전략분석가 피터 자이한은 두번째 저서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상’(김앤김북스)에서 한일갈등, 미중무역전쟁, 방위비분담 등 최근의 국제 갈등 상황에서 기존과 다른 미국의 행보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이한의 논리와 진단은 명쾌하고 충격적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맞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세계 경찰을 자임하며 세계 질서를 진두지휘해온 미국이 빠진 세계질서다. 미국은 세계 자유무역과 안보 경찰 역할을 더 이상 떠맡지 않기로 한 것이다. 70여년동안 미국이 지켜온 안전망 속에서 한국 등 신흥개발도상국들은 경제성장을 이루며 혜택을 입었지만 이젠 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에너지 자급자족, 즉 셰일혁명이 있다. 1945년 이후부터 미국이 세계무대에 직접 개입하고 세계 정치·경제를 주도한 이유는 저자에 따르면 두 가지다. 자국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 첫째고, 미국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확보가 나머지 하나다.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석유확보를 위해 치른 전쟁이다. 그러나 2014년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셰일은 석유가 들어있는 근원암으로, 그동안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과 경제성이 관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채굴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미국은 2016년 거의 에너지 자급수준에 도달했고 2019년엔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된다는 분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의 세계질서는 소련 제국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비롯됐다. 소련 제국에 맞서는 안보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 미국 시장을 내준 것이다. 이제 예전의 소련은 없고, 자유무역질서는 중국이 득을 보며 패권에 도전하는 형세다. 더 이상 아쉬울 게 없어진 초강대국 미국이 판을 흔들기로 했다는 얘기다. 즉 중국은 물론 동맹국들마저 시장 접근을 막기로 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이 유럽, 중동, 동북아에서 발을 빼는 징후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들의 혼란은 이제 가속화할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모두가 미국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압도적인 위치에서 안보든, 시장이든 거래를 하게 된다.

이 책은 미국 쇠퇴론이 얼마나 엉뚱한 얘기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중동이 혼란 속으로 치닫게 되면 동북아시아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와 수송을 위해 남중국해와 동남아시아의 거점을 장악해야 하는 중국과 일본은 해상전에 돌입하게 되고 주변국들도 휩쓸리게 된다. 문제는 한반도다. 자이한은 “세계질서가 무너지면 한국 전역이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로 인한 충격과 불운은 그 어느 부문보다도 에너지 부문이 갑자기 참혹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 끼인 지정학적인 고약한 상황으로 다시 끌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이 이러한 진퇴양난에서 벗어날 해법은 고사하고 한국에게 헛된 희망도 제시하지 않는다”며, “크고 작은 여러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제시할 뿐”이라고 밝혔다. 책에는 미국이 확실히 발을 빼는 순간, 러시아와 중동, 한중일 동아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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