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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군 중령’ 기밀 유출까지…대형로펌 ‘고문’이 뭐길래
-전직 관료 영입하는 로펌들, “전문성 자문” 내세워
-법조계 “로펌-부처 유착관계 형성” 우려…공직자 취업심사 강화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ㆍ이민경 기자] 현직 공군 중령이 대형로펌에 취업하기 위해 공군 전투기 계약 관련 금액과 소송상황 등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펌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퇴직 고위공무원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사실상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공군 신모 중령은 전역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취업하기 위해 2017년 6~7월 국방부 사업계획서와 공군 대령진급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 중령은 2017년 9월 대령 진급예정자로 선발됐지만 군사기밀 유출사실이 발각돼 진급이 취소됐다. 전 의원 측은 신 중령이 “김앤장에 취직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검사와 변호사 등에게 자문을 구하려고 자료를 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소송 대리나 형사사건 변호, 법률 자문을 맏는 변호사 외에 ‘고문’이나 ‘전문위원’ 직함을 가진 비법률가 인력을 활용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고문 70여 명, 전문위원 70여 명을 두고 있다. 이밖에 법무법인 태평양은 고문 24명, 전문위원 10여 명을, 법무법인 광장은 고문과 전문위원이 50여 명, 법무법인 율촌의 경우 10여명의 고문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펌의 고문직은 전직 고위공무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나 조세분야 등 특화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전문인력이 채용되기도 한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사회 경제현상 등이 복잡다단해지다보니 기존 법률자문으로는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해졌다”며 “(고문은) 고객들에게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 자문을 제공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출신이 로펌으로 적을 옮기면서 사건 수임이나 사건 해결을 위한 로비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의 경우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외교부와 법원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김앤장 고문으로 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일본 강제징용 재판 대응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윤 전 장관은 2013년 외교부 장관이 되기 직전까지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김앤장은 강제징용 재판의 피고 미쓰비시 중공업의 법률대리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재직한 2009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2년 9개월 간 총 9억 9000만 원의 연봉을 받아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다. 고위관료 출신 고문이 많을 수록 관계부처와의 유착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구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를 지낸 민경한 변호사는 “단순 자문 역할로는 고액의 보수를 줄 수 없다”며 “인맥을 동원해 수임한 사건을 로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철승 법무법인 더 펌 대표변호사도 전직 관료 출신 고문들이 “공직생활에서 쌓은 지식을 자기 사익을 위해 사용해 국가기관 업무처리가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 공직자들의 로펌행을 둘러싼 유착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나승철 변호사는 “(로펌이) 전문지식이나 절차에 대한 자문을 위해 (고문이나 전문위원을) 영입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로펌 고문들이 현직 고위공무원이나 실무자를 만나 소송이나 재판 과정에 관여하는 건 문제다. 고문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의 관계자와의 접촉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낸 성창익 변호사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기준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취업단계에서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지 보고 좀 더 엄격하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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