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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Zero 스트레스] “갈등표출이요? 문제 해결의 시작이죠”
- ‘갈등 타파’ 전문가들 제언
- 남녀갈등, 세대 갈등은 ’역할 바꾸기로‘
- 너무 친해지려하면 탈… 때로는 ’거리두기도’ 방법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왜 명절 때는 당신 집에 먼저 가죠?”, “왜 우리만 음식을 해야 하나요?”, “기독교인데 제사 참여 강요는 참을 수 없어요.”

명절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갈등들이다. 떨어져 있을 때는 그립고, 미안하고, 보고싶은 가족들이지만 얼굴을 맞대고 깊은 대화를 할 수록 목소리만 커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룰(rule) 정하기’ ‘역할 바꿔보기’, ‘가족간 거리두기’ 등을 명절 갈등 해소법으로 제안했다.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 자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상대의 생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 자체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갈등 표출… 건강 사회 징후”=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젠더 갈등이 설 명절에 드러나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다.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눌러져왔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이 때 기성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과거의 관행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명절은 서로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라며 “갈등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다. 각자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 공유의 장을 설 이전에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김갑선 행복한 가정연구소 상임이사는 단체 카톡방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갈등 요인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명절 전 가족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열어 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방에서 취업, 육아, 출산 등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기로 하거나, 남녀의 역할 분담, 명절 때 가족끼리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대화법이 갈등을 낮출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천명옥 가족서비스 지원본부장은 “식당가서 비빔밥을 시킬 수도 있고 떡만두국을 시킬수도 있는데 너는 왜 그 메뉴를 골랐냐고 묻기 시작하면 결국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가끔은 말에 담긴 콘텐츠보다 말을 하는 태도와 어투가 분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녀 갈등엔 역할을 바꿔보세요”= 이해와 공감을 위해 ‘역할 바꿔보기’도 한 방법이다. 특히 노동, 제사 등을 놓고 빚어지는 남녀갈등을 푸는 것에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 이사는 “남자들은 화투를 치고, 여성은 부엌에서 음식준비를 하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 여성은 쉬게 하고, 남성이 음식을 한번 해보는 것도 역할 바꾸기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갈등이 드러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세대간 갈등, 제사를 놓고 빚어지는 갈등도 마찬가지다. 김갑선 이사는 “올해 제사는 기독교식으로 했으니 내년 제사는 전통방식으로 하는 등의 방식도 제사로 불거지는 종교 갈등을 막는 방법이 될 수가 있다”며, 세대 갈등의 경우는 “윷놀이나 고스톱 등 전 세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놀이로 세대간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명절 갈등 단골 메뉴인, 상속 선산 등의 재산문제는 ‘법’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봤다. 김 이사는 “부모님 살아 생전에는 재산 상속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명절 때는 더욱 그렇다“며 “부모님의 뜻에 따르거나 상속법에 따라 하기로 하면 잡음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도 갈등 줄일 수 있어”= 대화를 통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평소에 자주 안만나는 사람들이 친해지려고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며 “특히 ‘가족은 이런 얘기를 해도 된다’는 당연한 생각에 불화가 생긴다. 때로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설 명절 대화 주제가, 정치나 결혼, 육아, 취직 등 심각한 얘기가 되는 것은 안된다”며 “영화나 여행 등 함께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족간에 만나 대화를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너무 오래 붙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약속을 잡는다거나 고향에서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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