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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가정폭력도 모자라 어머니 죽인 아버지, 엄벌해달라”
강서구 아내 살인사건 피해자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 캡처.
- 강서구 아내 살인 피해자 딸 전화인터뷰
-“최근 아버지 심신 미약 판정받아 감형될까 두려워”
-“자식 걱정에 이혼도 못한 어머니 한 풀어주려면 강력처벌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아버지의 칼에 찔려 피에 젖은 옷을 입은 엄마가 구급차에 실려갈 때 ‘제발 살려만 달라’고 수도 없이 빌었어요.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엄마를 볼 수 없었어요. 의료진은 어머니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면서 엄마의 반지를 줬어요. 이날은 아버지가 ‘20년이 넘도록 당신에게 가정폭력에 시달린 어머니를, 우리에게서 빼앗은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아내 살인사건의 피해자 큰 딸(31) 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딸은 28일 오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떠나간 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최근 아버지가 병원에서 심신미약 판정을 받아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것 같다”며 두려워했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50)는 작년 12월 7일 새벽 2시께 강서구 내발산동 자택에서 남편 안모(55) 씨에게 칼로 수차례 찔려 숨졌다. 알코올 중독성 치매 증상을 보여온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환청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의 살인은 20년동안 자행해온 가정폭력의 극단적 최후였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딸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의 폭력에 딸 2명, 아들 1명 세남매의 행복도 깨졌다. 그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는 온갖 욕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손찌검을 했다”면서 “2015년 여름에는 아버지가 술을 먹고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바로 딸이 112에 신고하면서 다행히 칼을 치워 칼에 찔리진 않았지만 아직도 그는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리면 온몸이 굳는다. 해당 사건으로 아버지는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큰 처벌은 피했다. 어머니가 딸에게 “나중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선처해주자”고 설득했고 딸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아버지는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아버지는 안 씨에게 “또 다시 신고해봐라 신고해봤자 난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며 협박했다.

딸은 사회에서 아버지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고 회상했다. 안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괴물 같던 아버지는 밖에서는 남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인정 받았다. 오히려 아버지는 가족들이 이유 없이 본인을 소외시킨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딸은 아버지가 20년동안 가족들에게 행했던 모든 언어폭력과 폭행이 가정폭력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나중에서야 우리가 엄마에게 이혼을 하라고 말했지만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던 엄마는 결국 이혼도 하지 못했다”면서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말했다.

남은 가족들은 아버지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버지가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감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아버지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글을 올려놓은 상태다.

유가족들은 지난 25일 같은 강서구에서 발생한 주차장 전처 살인사건 피의자 남편이 1심에서 30년을 선고 받은 것을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며 절망감에 빠진 상황이다.

딸은 아버지가 “아버지가 늙어서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없을 나이까지만이라도 감옥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동안의 재판 결과를 보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은 바라지도 않아요. 단지 아버지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원에서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해요. 불쌍한 엄마에게 더 큰 한을 안겨주고 싶진 않아요.”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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