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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님.”

JTBC 드라마 ‘SKY캐슬’에서 배우 김서형이 연기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입시 코디) 김주영이 수시로 내뱉은 말이다. 두 달 전 불과 1.7%로 시작한 이 20부작 드라마의 시청률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비(非)지상파 드라마 최고 기록인 23.2%(19회ㆍ이달 26일)까지 치솟는 동안 이 말은 유행어가 됐다.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명대사로도 평가받고 있다. 우선 아직 생소한 입시 코디라는 직업을 세상에 알린 것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입시 코디 한 사람의 힘으로 자녀가 ‘SKY(스카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유수 명문대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있다.

이들 중 일부에서는 최근 대학 입시에서 지나치게 높아진 수시 모집의 비율과 그 기저에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입시 코디 같은 소위 ‘전문가’들이 난수표처럼 복잡한 대학 입시 전형을 암호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풀어내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내는 신묘한 능력을 갖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수시 모집, 그중에서도 학종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 모집의 비율을 높여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불과 4년 전(201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 비율은 66.7%였다. 높은 수치이긴 하나 적어도 수험생의 3분의 1은 정시 모집을 통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 그러나 수시 모집 비율은 계속 증가 추세다. ▷2017학년도 69.9% ▷2018학년도 73.7% ▷2019학년도 76.2%였다. 당장 올해 3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이 대상인 202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77.3%까지 늘어난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모집 비율을 늘리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고교 교육 정상화를 들었다. 공정성은 확보되지만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교육 규모는 줄지 않았다. 통계청이 처음으로 사교육비 관련 통계를 발표했던 2007년, 초ㆍ중ㆍ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이었다. 이후 계속 증가하다 2010~2012년, 3년간 하락했다. 그러다 다시 증가, 2017년에는 27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해 입시업체 관계자는 “10여 년 전 논술ㆍ수능ㆍ학생부를 수험생을 괴롭히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심하다”며 “수시 모집 컨설팅이 전체 사교육에서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하는 대학에서 이런 전형으로 사람을 뽑고 교수가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하는 부모의 정보력도 필요한 시대”라고 귀띔했다.

1980년대 과외가 전면 금지됐던 시절, 교과서와 참고서만 공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대학입학학력고사의 추억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왜 ‘개천용’이 최근 들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다들 한탄할까. ‘SKY캐슬’이 어쩌면 보편적 현실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교육이, 대학 입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 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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