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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①]공장설립 피해입은 중소기업 구제방안 길 열린다.
-환경부 오락가락 규제로 피해 입은 업체 구제책
-“국토부 허가 난 공장, 정권 바뀌니 환경부가 중단”
-법원 “공장설립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 판결


경기도에서 팔당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는 지역. 7개 시ㆍ군(양평, 광주, 여주, 이천, 용인, 남양주, 가평) 2097㎢로 경기도 전체면적의 21%, 서울전체 면적의 3.5배 규모다. [제공=경기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적용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 중 일부가 다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팔당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고시’(이하 특대고시) 개정 작업을 미루는 대신 피해를 입은 업체들만을 최대한 빨리 구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29일 환경부와 이천시, 광주시 등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까지 추진했던 특대고시 개정 작업이 지연되자,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이천시 ‘도립산업단지’ 등 6개 사업지의 기업들만이라도 사업추진을 다시 할 수 있도록 2월 이내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대고시는 ‘팔당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을 특별종합 대책 지역으로 지정해 공장 설립을 제한 한다’는 짧은 규정이다. 환경부는 한동안 이 고시의 ‘제한’을 ‘조건부 허용’으로 해석해 오염물질이 더 늘어나지 않는 등의 조건을 따를 때 허가해줬다. 경기도 광주, 이천 등지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이 기준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소규모 산업단지를 개발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경부는 이때부터 이 규정에서 ‘제한’을 ‘금지’로 해석했다. 새로운 공장설립 신청 뿐 아니라 이미 추진하던 사업마저 모두 중단시켰다. 짧게는 6개월에서 2년까지 공장 이전을 추진하던 업체들에겐 날벼락 같은 조치였다. 이중에는 수십억원을 빌려 새 공장부지에 땅을 사 놓고 기존 공장터를 판 회사도 있었다.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도림산업단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던 엘리베이터 부품기업 이앤엠 김진락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자체의 안내에 따라 당시까지 정부가 허가해준 전례대로 사업을 추진했을 뿐인데,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참조]

2017년 9월4일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①] 환경부 실수(?)로 공장 지으려다 수백억 손해보는 중소기업들’,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②] 똑같은 법령 놓고 기관마다 다른 해석…기업만 피해’

2017년 12월12일자 ‘[프리즘]‘행정적폐’ 피해 사례?…이천시 김모 사장 케이스‘) 
 
환경부 안팎에서는 이 기회에 불합리한 특대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공장 설립을 무조건 금지해선 안된다는 지자체와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2017년 말부터 이 규정의 개정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 개정안을 만들어 행정예고까지 했다. 오염물질이 늘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같은 지역에서 공장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용이 포함된 안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끝내 무산됐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정부가 추진했던 ‘특대지역 고시’ 개정안에 대해 서울시나 인천시 등 하류지역의 반발이 커 더 이상 그대로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일단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빨리 구제해 주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업체 구제 방향으로 환경부가 급선회한 건 최근 법원이 내놓은 판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제 2행정부는 지난 18일 이천시 소재 중소기업인 이앤엠 등이 이천시를 상대로 낸 ‘도립일반산업단지계획 승인 거부 처분 취소’에 대한 항소심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로 조정을 권고했다. 이 소송은 특대지역 고시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중소기업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첫 사건이어서 주목됐다. 이앤엠은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려 했으나, 환경부는 처분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환경부의 지침을 실행하고 처분을 내리는 지자체를 상대로 대리전을 치루는 방법밖엔 없었다.

1심에선 원고인 중소기업측이 패소했다. 지자체는 그저 법리에 따라 행정을 집행했을 뿐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 했다. 무엇보다 환경부도 특대고시의 문제점을 알고 그동안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가 있는 특대고시 때문에 민간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 명백한 상황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는 대신 조정을 권고했다. 조정권고안엔 ‘피고는 원고에 대해 도립일반산업단지 승인신청서 반려통보처분을 취소하고, 취소 이후 원고는 곧바로 소송을 취하 한다’고 돼 있다.

지자체에게 공장설립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던 처분을 취소하라는 이야기다. 이는 사실상 1심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행정소송 재판 경험이 많은 A지법 B부장판사는 “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1심에서 원고 패소한 사건을 조정하라고 한 건 사실상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원고가 진행하던 공장 설립 절차를 계속 밟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행정소송 변호를 맡은 C변호사는 “환경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의 줄소송을 피하려면 환경부가 서둘러 피해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논란의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②]무능력한 환경부, 다시 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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