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출구’ 찾는데 ‘입구’…韓日 레이더 갈등 ‘뫼비우스의 띠’
우리軍 “사태 일단락” 시점
日초계기 또 저고도 위협비행
지난달 20일 이후 4차례 도발
양측 군사당국 갈등 계속될듯



지난 23일 오후 2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는 우리 군함 주변을 저공 위협비행하며 레이더 갈등이 촉발됐던 지난 12월 20일 상황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전날(22일) 레이더 관련 음성파일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한국과 더 이상 협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의 레이더 갈등 출구전략’이라고 풀이하고 있는 와중에 반전의 기습 도발을 대담하게 벌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본 정부에게는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일 간 시각차가 워낙 뚜렷한 만큼 이런 양상은 향후 한일 중간수역 일대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장관은 이날 일본의 초계기 도발 보고를 받기 직전까지 일본은 정치적 의도로 레이더 갈등을 일으켰으며, 우리 정부가 사실에 입각해 대응하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출구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관은 “(12월 20일 레이더 갈등 관련) 일본에서 (한국 군함이 사격용 레이더를 일본 초계기에 비췄다는) 문의가 왔는데 현장 상황은 잘 모르니까 확인해보겠다고 했고, ‘확인해 보니 그런 사실이 없었다’ 정도로 답변했는데 그로부터 약 3시간 정도 후에 일본 방위상이 언론에 바로 브리핑했다”며 “이어 일본 수상, 관방장관, 외무상, 통막장(우리의 합참의장) 등 일본 정부의 군사외교 관련된 모든 분들이 나와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걸 보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국제법이나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사실에 입각해서 우리가 주장하면 저쪽에서 사그러지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계속 (한달여 간) 이어졌다”며 “일본이 출구전략을 이런 식으로 들고 나온 것은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전날 일본 정부가 음성파일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장관은 ‘레이더 갈등’과 관련한 일본의 출구전략이며 이로써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장관은 기자들과 얘기 중 긴급한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떴다. 오후 2시 40분께였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장관께서) 긴급히 상황을 조치할 일이 생겼다”며 “기자간담회는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본의 기습 도발에 허를 찔린 모습이었다. 군 당국은 그로부터 약 2시간 정도 후인 4시 30분 일본 초계기가 이날 오후 2시3분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작전중인 우리 해군 구축함(4500t급 대조영함)을 향해 거리 540m, 고도 60m의 저고도 위협비행을 했다며 일본 측을 강력 규탄했다. 군은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측이 지난 18일과 22일에도 우리 군함에 대한 근접비행을 한 사실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일본 당국이 12월 20일 이후 우리 군함에 대한 저고도 위협비행을 총 4차례나 감행한 셈이다.

이른바 ‘레이더 갈등’과 맞물린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이 문제시된 상황에서 유사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한일 군사당국 간의 긴장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