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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아동 아동학대 교남학교 학부모들이 탄원서 쓴 이유는
-“돌발행동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 신체적 접촉 불가피해”
-결국 12명 중 8명 교사 무혐의 받았지만 아직도 학교는 뒤숭숭
-학부모, “더이상 억울한 일 없도록 특수학교 지원 늘려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장애학생 돌봄교실 선생님을 6년동안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달해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장애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업을 지원해주셨습니다. 누가봐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을 오랫동안 불편불만 없이 돌본 대가가 검찰 조사라니 답답합니다’ -교남학교 학부모 A 씨가 서울 남부지검에 보낸 탄원서 중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교남학교 학부모 A 씨는 지난해 10월 학교 교사 12명이 무더기로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6년간 의지하고 지냈던 선생님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동학대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오랫동안 선생님을 지켜본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발행동이 많은 장애학생을 대할 때 신체 접촉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장애학생을 키우는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울 강서 특수학교 교남학교 학부모가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 학교 학부모 54명은 검찰에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학부모 제공]
이는 비단 A 씨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같은 학교 학부모 54명은 고민 끝에 검찰에 특수학교 사정을 고려해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12명 중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돼 구속된 교사는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지만,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체적 접촉을 했거나 다른 교사가 물리적 힘을 가해 아이를 말리는 것을 보고도 의례적인 일이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켜본 억울한 선생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17일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B 씨는 “신체적 나이와 정신 나이가 다른 발달장애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부모가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가 돌발행동을 보이면 다른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어서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서 결국 12명의 교사 중 8명의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 남부지검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및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교남학교 교사 오모(39)씨 등 8명을 무혐의 불기소했고, 구속 송치된 교사 이모(46) 씨 등 4명은 기소했다. 검찰은 검찰 내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와 장애인 전문기관, 특수학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열어 기소여부를 검토한 결과 ‘장애인 특수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주장한 것처럼 특수학교 교사의 물리적 통제를 아동학대라는 고의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첫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12월 불기소 처분을 받기까지 학교는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먼저 선생님의 잦은 소환 조사로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아이들은 “우리 선생님이 안 보인다”고 혼란스러워했다. 남은 선생님들은 아이들과의 신체 접촉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 계단에서 뛰어다니거나 학교를 뛰쳐나가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막지 못했다. 결국 학교 곳곳에는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도어락’이 설치됐다. 아이가 학교 밖을 나가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행한 임시조치였다.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학교가 발달장애 아이들을 소극적으로 대하자 일부 아이들이 통제가 안돼 학교는늘 뒤숭숭했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다. 한 학부모는 “수년간 학교 가기 좋아했던 아이가 집에 와서 귀를 막고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찢어졌다”면서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 당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상태도 너무 불안정하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들은 더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정부가 장애인 특수학교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특수학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학교는 많게는 10명이 넘는 발달장애 학생을 담임교사 1명과 보조교사 1명이 돌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이 있는 반은 그 학생에 집중하느라 나머지 학생들은 제대로 된 수업을 듣기도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한 학부모는 “현재 학교는 추가적으로 협력교사를 배치하고 실무사를 배치하고 매 시간 두 세명씩 조를 짜서 학생들을 살피고 있다”면서 “정부가 특수학교 교사를 증원하는 등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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