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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사’ 된 금융사 준법감시인
임기중 계열사 등 자리이동 빈번
금융위 “강제수단 없다” 뒷짐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임기가 보장된 준법감시인을 임기 중 다른 보직이나 계열사로 이동시키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 ‘자진사퇴’한 후 같은 회사 또는 그룹 계열사 내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방식이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마련됩 법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결과 KB금융지주와 KB국민카드,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인사를 통해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준법감시인을 다른 자리로 이동시켰다. ▶관련기사 15면

KB금융지주는 임기가 2020년 1월까지인 임필규 준법감시인(전무)을 지난해 말 인사에서 HR총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냈다. 준법감시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자진사퇴 형식이었다. KB국민카드도 김기엽 준법감시인(상무)을 재임 1년 만에 회사 내 브랜드전략부 임원으로 이동시켰다. 김 상무의 준법감시인 임기는 올 연말까지였지만 지주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조용한 자진사퇴 후 보직임원으로 발령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아예 준법감시인의 소속 회사를 이동시켰다. 자회사인 신한은행 준법감시인의 임기가 끝나자 임기가 1년 남은 지주회사 준법감시인 이순우 상무를(부행장보) 해당 자리로 내려보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이사회 의결로 정하는 준법감시인의 임기는 2년 이상으로 한다고 명기돼있다. 또 준법감시인의 독립적 업무를 보장하기 위해 해임조건을 이사회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정하고 있다. 등기임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 자진사퇴 후 새로운 임면은 막을 방법이 없다.

해당 회사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측은 "준법감시인 본인의 사임 의사를 존중해 그룹 인사 일정에 맞춰 인사가 이뤄졌다"며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도 “준법감시인 스스로 다른 업무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불가피하게 이동했지만 정상적 절차로 금감원에 신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주에서 자회사로 옮겨 가는 것 뿐이지 준법감시인 업무는 계속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묵인해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30조는 준법감시인 임면사실을 7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법 취지 위반이라면 안내나 계도를 통해 제동을 걸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자진사퇴했다면 현행법에서는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법의 취지대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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