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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균형 잡힌 다문화 사회를 준비해야”
-김윤태 다문화박물관 관장 인터뷰
-우리의 정체성 중요한 만큼 그들의 다양성도 존중해야

[사진=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공수한 곤돌라에 직접 앉은 김윤태 다문화박물관 관장]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인도 타지마할,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이집트 피라미드….’

단 하루만에 세계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서울 은평구 불광동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 인근에 자리한 5층 건물의 다문화박물관은 각 나라를 상징하는 주요 건축물부터 전통의상, 악기, 화폐에 이르기까지 각국에서 수집한 전시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각국의 고유한 문화의 특성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사진=다문화박물관 1층에 자리한 미국 뉴욕존]

그런데 왜 은평구에 자리를 잡았을까. 김윤태(43) 다문화박물관 관장은 “이곳에는 박물관 자체가 없었고 다문화 콘텐츠도 부족했다”며 “박물관이 많은 곳보다 오히려 문화가 소외 된 곳에서 도전해보자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층별로 살펴보면 1~2층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네덜란드 풍차, 미국 자유의 여신상 등 세계 각국의 대표 상징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당연 트로이목마다. 트로이 목마는 계단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목마 내부를 살펴볼 수 있고 이해를 돕기 위한 트로이목마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중국에서 직접 제작해 가져온 진시황릉의 병마용도 흥미롭다.

3층은 오르골, 스노우볼, 화폐, 인형, 악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3층의 하이라이트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실제로 쓰이던 곤돌라이다. 김 관장은 “베니스에서 운행 중이던 것을 들여왔다”며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고 워낙 크기 때문에 운송부터 설치까지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다”고 말했다.

[사진=다문화박물관 3층에 자리한 세계 화폐관]

4층은 체험장이다. 세계의 다양한 춤과 악기를 배워볼 수 있다. 또 한켠에는 여러나라의 음식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 외에 강의나 토론도 할 수 있다.

특히 각국의 대사들은 이곳에 들른 뒤 자국의 전시물이 없거나 빈약하면 자청해서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하고 필요한 전시물이 현지에서 공수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이렇게 맺은 인연은 대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김 관장은 ‘다문화’와 ‘세계 문화’를 따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다문화를 영어로 번역하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뜻한다. 같은 뜻인데도 다른 느낌을 주는 건 머릿속에 박혀버린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김 관장은 다문화라는 단어를 바꿀 것이 아니라 다수자인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다문화’라고 하면 불쌍하고 어렵고 우리가 도움을 줘야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보다 나은 문화를 ‘세계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이 박물관 이름을 ‘다문화박물관’이라고 한 것은 다문화의 이미지가 다문화 가정으로만 제한되어 있을 때 박물관에 다문화를 넣으면 인식 변화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진=다문화박물관 4층에 자리한 쿠킹클래스]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민족 박물관이 있다. 민족 박물관은 다문화 박물관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균형이 중요한데 정체성과 다양성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정체성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다. 김 관장은 “서울 사대문 안에는 대한민국 역사, 민속, 한양도성 박물관 등 외국인 입장에서는 우리 정체성만을 알리는 박물관들이 거의 대다수”라며 “다문화박물관은 균형을 맞추기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대한 소개, 왜곡된 나라에 대한 소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박물관은 매달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월에는 러시아와 베트남의 설 명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관장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세계여행을 하듯 즐겁게 돌아보고 이곳 방문이 편견 없이 다른 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우리의 문화와 사상이 중요한 만큼 다른 나라의 다양성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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