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委 조양호 회장 연임반대 공감대 親 조양호 일가 이사까지 연임반대ㆍ해임건의 ‘의견분분’ 기금운용위, 2월초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식 확정
[헤럴드경제=김대우ㆍ정경수 기자]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범위가 조양회 한진 회장에서 더 나아가 친 조양회 회장 일가 이사 재선임 반대나 해임건의로까지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위의 의뢰로 이달 안으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결정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로 주주 가치가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강화해 온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사실상 첫 실행사례로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45%, 한진칼 지분 7.34%를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는 현재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친 조양호 회장 일가 이사진까지 연임에 반대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한진에서 조양호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할 경우에 대비해 친 조양호 회장 일가 이사들 재선임 반대 및 해임청구, 새로운 이사 선임 등도 검토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은 5~6년 전부터 3,4차례 조양호 회장 연임을 반대해온 만큼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든지, 기존 이사 중에 해임청구를 하는 등의 대응도 예상할 수 있다.
주주권행사 분과위의 한 위원은 “조양호 회장 재선임 반대 의견만 내면 과거와 달라진게 없는 것이 된다”며 “찬반의견 정도만 내서는 안되고 조양회 회장과 친 조양회 회장 이사 해임건의까지 가능할지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주권행사 분과위의 다른 위원은 “이번에는 누가 추천되면 반대하자는 정도로만 다룰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측 사외이사 후보 제안은 기금운용본부에서 하고 분과위에서는 특정임원에 대한 찬반여부 위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총회까지 두 달 정도 남아있는데 이 경우 조 회장 자체를 이사진에서 빼버리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자칫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지난해 7월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한 조직이다.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지난해 10월 위원 14명으로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단순히 주총 안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당 확대, 이사 및 감사 선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주권 행사를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수탁자책임전문위 위원장은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 교수이며 주주권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로 짜였다. 주주권행사 분과에는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본부장,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박상수 경희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김우진 서울대 교수, 권종호 건국대 교수 등 9명이 포진했다. 책임투자 분과에는 이재혁 고려대 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이상민 서강대 교수,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김종대 인하대 교수 등 5명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