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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길 바쁜 을지로 재정비 ‘제 발등 찍은’ 市 엇박자
브랜드화 하며 홍보하던 노포
재정비사업으로 철거위기 놓여
市 “설계변경하더라도 보존할것”

서울 을지다방에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를 나타내는 간판이 걸려 있다.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 종로ㆍ을지로 일대 총 39곳의 ‘오래가게’가 있다. 서울시는 시민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 표기 ‘노포(老鋪)’ 대신 오래가게라는 새 명칭을 브랜드화하고 홍보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서울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다방’에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 간판이 걸려 있다. 하지만 ‘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을지다방과 함께 을지면옥 등 역사 깊은 맛집들이 재정비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갈 길이 바쁜 서울시가 서로 다른 정책 때문에 결국 제 발에 걸렸다.

서울시는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재정비로 철거 위기에 놓인 오래가게들이 최대한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 청계천, 을지로 일대는 기계ㆍ금속 등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있는 대표적인 도심 제조업 단지로 유명하다. 특히 제조업체를 배후로 한 상권이 형성되면서 유명 맛집들이 오랫동안 영업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는 중구 을지로3가역 일대 입정동을 대상으로 한 ‘세운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리처분인가를 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낡은 건물들은 모두 헐리고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청계천 주변 상가 건물은 이미 대부분 철거됐고 나머지 구역도 이주가 진행되는 대로 재개발에 들어간다.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일대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열린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을지면옥 등 노포들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역사적인 부분, 전통적으로 살려야 할 부분은 잘 고려해서 개발계획 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청계천, 을지로 일대가 전반적으로 낙후돼 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을 위해 남겨야 할 곳이 있다면 옥석 가리기를 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계를 변경해 보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론 수렴 과정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칫 여론 눈치보기로 전락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원혁 기자/cho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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