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없었다’ 재차 못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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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대법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검찰 출석 땐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지나쳤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1일 헌정 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입장을 밝히며 “재임 기간 일어났던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많은 사람들이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9면
또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법관들의) 말을 믿는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대로 가감없이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당한 인사나 재판개입이 없었다는 데 대해 같은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못박았고, “이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말도 남겼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차량을 타고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예정시간보다 20분 일찍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양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대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 및 일선 재판개입 혐의를 인정하나”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미리 지정된 취재진 포토라인에 멈추지 않고 2명의 변호인과 함께 곧장 15층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등에 개입하고,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등 40여개에 달하는 혐의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방대한 만큼 추가로 불러 조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한차례 구속에 실패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법원 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의 피의자 포토라인”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노조 외에도 사법농단시국회의, 애국시민연합, 애국문화협회 등 진보ㆍ보수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벌이며 충돌하기도 했다.
문재연·이민경 기자/munja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