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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기사 “장시간 고강도 노동…주 52시간제, 꿈도 못꿔요”
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
96.6% 주60시간 이상 근무
성수기엔 86시간 넘기 일쑤

“업체·대리점 직접고용 확대
휴식시간 강제규정 마련해야”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보통 일찍 끝나면 오후 7시니깐 12시간, 늦게까지 하시는 기사분들은 오후 9시~10시까지 하셔서 14~15시간 일합니다. 힘들어도 할 수밖에 없어요. 먹고 살아야하고 가정도 있으니까…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보면 월급이 맞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하고 있죠.” (A택배업체 40대 강모씨)

국내 택배산업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택배산업의 성장과 달리 택배기사의 노동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으며 장시간의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일자리가 됐다.

10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서울 지역 택배 기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3848시간 일한다. 한국의 평균 1인당 연간 노동시간(2016년 기준)은 2069시간이고 OECD 평균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764시간이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6시 이전에 출근’하는 비율이 11.2%, ‘6시에서 7시 사이 출근’하는 비율 76.2%, ‘8시까지 출근’하는 비율 10.4%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7.4%는 7시까지 출근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평균 출근 시간은 6시 54분이었다. 또 전체 응답자의 77.0%는 오후 7시에서 9사이에 퇴근하고 있었다. 서울지역 택배기사의 평균퇴근시간은 8시 17분으로 조사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응답자의 평균 출ㆍ퇴근시간에 근거해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계산할 경우 약 74시간으로 나타났다”며 “분류작업부터 집화ㆍ배송 시간 등을 고려해보면 택배기사들이 안정적인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0시간∼50시간’ 0.8%, ‘50시간∼60시간’ 2.8%, ‘60∼70시간’ 39.8%, ‘70∼80시간’ 46.9%, ‘80시간 초과’ 10.0%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6.6%는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주당 70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비율도 56.9%로 나타나 절대 다수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 55.9시간과 비교해도 택배기사의 초 장시간 노동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명절이나 가을ㆍ겨울철은 택배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성수기이다. 이런 성수기에는 택배물량이 늘어나 일하는 시간도 급격히 증가한다. 성수기 동안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86시간23분으로 나타났다.

성수기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86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하루 평균 16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1시 가까이에 퇴근하는 일상이 일정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수면시간 조차 확보할 수 없는 노동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택배기사들 사이에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가을철 성수기에 그만둬야 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의 과도한 노동시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택배업체와 지점 및 대리점이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해 택배기사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택배기사의 하루 취급 물량의 상한선 내지 연속노동시간 상한기준 혹은 장시간 노동 후 일정한 휴식시간 강제 규정 등을 마련해 초장시간 노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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