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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재 소식 잇따르는데…아파트 비상구엔 유모차ㆍ자전거 천지
-주민 안전불감증…소방점검으로도 역부족
-소방점검 외면하는 주민들…과태료 부과하면 민원제기까지

[자전거를 세워두고 각종 물건까지 비상구에 내다놓은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자전거에 유모차까지…아파트 복도가 아니라 창고라니까요”.

겨울철 화재사고로 인적ㆍ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수도권 시민 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주거형태인 아파트도 화재 발생 취약지역이란 것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화재시 대피통로로 사용해야 할 비상통로와 계단은 주민들의 개인물품이 즐비해 창고나 다름없었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 대피시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9일 방문한 경기도의 한 아파트 비상구에는 기상천외한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부피가 큰 의자를 내다놓은 집부터 계단 난간에 꽉 묶어 옆으로 치워버릴 수도 없게 자전거를 주차한 집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시야가 확보된 낮시간임에도 이동이 불편했다.

[공사 부자재 포대를 좁은 비상 통로에 쌓아놓은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15층 아파트 중간층인 7층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장기간 복도에 작업도구를 쌓아뒀다. 인테리어 부자재 포대는 계단 폭의 절반을 차지해 통행이 어려웠고,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세워둔 손수레는 화재시가 아닌 평상시에도 보행인이 걸려넘어지기 쉽게 놓여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현행 소방법에 명백히 어긋난다. 화재 발생시 긴급대피를 위한 비상구와 계단 및 복도 등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옥상과 비상구 출입문을 잠그거나 폐쇄할 경우, 아파트 관리소에 대해 각각 1차 30만 원, 2차 5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닫아둬야할 방화문을 활짝 열어놓은 모습. 열린 채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켜놓은 곳도 흔히 볼 수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계단식 아파트의 방화문을 활짝 열어놓거나 열린 채로 고정 해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방화문은 불이 났을 때 계단과 통로로 퍼지는 유독가스를 줄이기 위해 설계한 문이다. 방화문 앞에 제연장치를 설치해 연기를 빨아들이도록 설계하지만 방화문이 열려있으면 속수무책이 된다. 건축법 적용대상인 방화문은 평상시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시 자동으로 폐쇄되도록 하지 않을 경우 이 역시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다만 실제 과태료 처분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파트 관리소와 소방점검업체에 따르면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소방점검으로도 이같은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복도를 치워달라고 방송해봐야 집을 비워 못들었다고 시치미 떼기 일쑤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봐도 낮에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소방점검 업체 관계자 역시 “주민들이 점검에 응하지 않더라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힘들다”며 “’저건 우리집 물건 아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고 집에 없는 척 점검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가 역으로 민원을 당하기도 하다보니 주먹구구인 세부기준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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