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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리원전 때문에 갑상선암 발병”…기약없는 ‘균도네 소송’
-갑상선암 피해 가족 항소심만 6년째
-5년만에 선고기일 잡혔지만 다시 ‘변론재개’



[헤럴드경제=문재연ㆍ이민경 기자] 고리원전으로 인해 갑상선암이 발병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 항소심이 올해 들어 6년째 공전하고 있다. 원전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1심 결론이 확정될 경우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이다.

부산고법 민사1부(부장 박종훈)는 9일 이진섭(52) 씨 가족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계획을 바꿔 추가 심리를 시작했다. 2012년 시작된 이 소송은 벌써 7년째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1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오고 항소심만 해를 넘겨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항소심 재판은 1심에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에서 열리기 때문에, 3년 이상 장기화되는 사례가 드물다. 법원은 자체 내규를 두고 항소심 재판이 1년 6개월 이상 걸릴 경우 ‘장기미제’로 분류하고 있다.

법원은 뚜렷한 재판 지연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심리가 미진한 부분이 발견돼 변론이 재개됐다”며 “원고 측의 추가적인 자료 제출로 변론이 재개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양측에 추가심리할 사항이 있다”고만 밝혔다.

이 씨의 아들 이름을 따 ‘균도네 소송’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결과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단체 소송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 가족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에서 거주해 왔다. 이 씨의 부인 박금선 씨의 경우 발전소 근처에서 20년 이상 지냈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자 소송을 냈다. 이 씨는 대장암. 아들 균도 씨는 선천성 자폐 진단을 받았다는 사유로 함께 법정 싸움에 나섰다.

1심 재판부는 한수원이 1500만 원을 박 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20년 가까이 고리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약 10㎞ 떨어진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방사선에 장기 노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의 갑상선암 발병에 원전으로부터 방출된 방사선 외 뚜렷한 다른 원인이 없다고 봤다. 박 씨는 1990~1993년, 1996~2014년까지 기장군에서 거주해왔다. 박 씨는 지난 2012년 2월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갑상선암(갑상선의 악생신성물) 진단을 받고 갑상선 전절제술 및 중심부 림프절 청소술을 받았다.

한수원은 재판에서 “발전소에서 발생된 방사선량이 법에서 규정한 한도치를 넘지 않아 박 씨의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방사능을 배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는 국민 건강을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이라며 “인체가 노출되었을 경우 절대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기나 수질 오염 등 공해를 사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가해자가 무해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씨와 균도 씨에 대해서는 “발전소의 방사선 방출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결론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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