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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에 식칼 휘둘렀는데 ‘무죄’…대법원 “다시 재판하라”
경찰 상습 소음유발자에 단전조치
대법 “소란행위 제지는 정당 직무”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욕설을 한 50대 여성에게 일선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바로잡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모(51)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부산의 한 지구대 소속 유모 경위는 순경과 함께 주민 신고를 받고 문 씨 집 앞으로 출동했다. 문 씨는 평소에도 집에서 심한 고성과 욕설,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이웃 주민들로부터 수차례 112신고를 받았던 이력이 있었다. 이 날도 인근 주민으로부터 ‘문 씨 집에서 난리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유 경위는 인터폰으로 문 씨를 불렀다. “신고를 받고 왔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문 씨는 욕설을 하며 나오지 않았다. 계속 문 씨가 문을 열지 않자 유 경위는 전기차단기를 내려 전원 공급을 끊었다. 결국 문 씨는 격분한 상태로 밖으로 나왔고, 경찰과 다투는 과정에서 식칼을 휘두르며 “다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문 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 씨가 장기간에 걸쳐 선량한 다수의 이웃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음에도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씨가 초범인 점을 감안해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하지만 문 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이 적법한 직무집행을 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유 경위가 문 씨에게 단전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문 씨가 식칼을 들고 나온 것도 “단전조치에 항의하러 나오면서 우연히 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제시한 사진만으로는 ‘경찰을 향해 휘둘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곁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 씨가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소란행위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제지하고 수사하는 것은 경찰관의 직무상 권한이자 의무라고 봐야 한다”며 단전조치가 직무상 정당하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또 “문 씨는 검찰에서 ‘방어를 위해 식칼을 들고 나간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이것은 경찰관들과의 대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유형력 행사에 식칼을 이용하기 위해 가지고 나왔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영길 기자/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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