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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격의 ‘밀레니엄 베이비’]“유치원도 수능도 형, 누나 때보다 경쟁률 심해…그래도 친구들은 많았죠”
-2019년, 63만 ‘즈문둥이’ 사회 첫발
-‘밀레니엄 붐’에 사람 많고 경쟁도 심해
-“친구 많아 좋아요” 긍정 시각도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정시모집 대비 대입상담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23일, 고등학교 3학년인 유균상(18) 군은 대학입학 정시모집 대비 입시설명회에 참가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입 정시모집 일정에 조바심까지 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전년보다 어려워진 수능, 높아진 경쟁률이 문제였다. 상담 부스를 돌며 대입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지만,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치열할 것이란 답변만 들었다.

유 군은 이른바 ‘밀레니엄 베이비(즈문둥이)’라는 꼬리표가 이제는 지겹다고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밀레니엄 베이비’ 세대라는 말을 계속 듣고 살았다”며 “다른 세대에게는 특별한 의미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다른 학년보다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00년에 태어나 ‘밀레니엄 베이비’라는 이름을 받은 이들은 2019년 새해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이들이 맞닥뜨릴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 열풍으로 당시 연간 출생아 수는 63만4501명을 기록했다. 직전인 1999년(61만4233명)과 비교하면 2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천 년에 맞춰 아이를 갖겠다는 부부가 몰리면서 다음해 출산률(55만4895명)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출생아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밀레니엄 베이비 세대에게 ‘경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박제민(18) 군 역시 지난 학창생활을 생각하면 ‘밀레니엄 베이비붐’으로 오히려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군은 “학창시절 내내 우리 학년 교실만 유독 북적였고, 시험 때는 경쟁이 심했다”며 “같은 학년 학생들이 많다 보니 선생님들도 종종 ‘너희는 취업하기 더 어렵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은 밀레니엄 베이비의 등장으로 8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자 수 증가를 보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9학년도 수능에는 59만4924명이 지원했다. 재수생 등 졸업생 지원자는 2050명이나 줄었지만 2000년생인 재학생이 3237명 증가하며 총 지원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아들의 대입 준비를 하느라 여느 때보다도 바쁘다는 주부 이모(48ㆍ여) 씨는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기 위해 노력했었다. 아이를 낳고 얼마간은 주변의 축하가 이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씨에게 ‘밀레니엄 베이비’는 고생의 상징이 됐다.

이 씨는 “지금도 ‘유치원 입학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는 농담이 나오지만, 밀레니엄 베이비들에게는 ‘지옥’ 같았다”며 “한 해 전에 유치원에 입학한 다른 학부모들의 위로를 받으며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고 말했다.

반대로, ‘밀레니엄 베이비’를 “친구가 가장 많은 세대”로 보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일찌감치 대입을 결정짓고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는 이문호(18) 군은 “어디 가서 나이를 말할 때도 2000년 생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친구가 많았던 마지막 세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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