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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펜션 참사] ‘무색무취의 겨울철 살인자’…이번에도 일산화탄소가 주범?
최근 5년 14명 사망 35명 부상

수능을 끝내고 현장체험학습을 왔던 고3 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무색ㆍ무취에 위험성도 크지만, 정작 사고가 난 펜션에는 감지기조차 없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사고 직후 소방당국이 직접 측정한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에 달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농도(20ppm)와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경찰 역시 “자살이나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일러 배관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점을 확인하는 등 일산화탄소 중독에 무게를 두고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산화탄소는 무색ㆍ무취로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농도가 짙어지면 폐에 들어가 신체 내 산소 순환을 가로막기 때문에 생명에는 치명적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을 넘어가면 2~3시간 안에 가벼운 두통이 일어나고 800ppm 이상일 때는 2시간 안에 실신한다. 1600ppm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농도가 1만2800ppm까지 치솟을 때에는 1~3분 내에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경찰은 구조 당시에도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ppm을 넘어선 것에 비추어 사고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가 더 짙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을 최초 발견한 펜션 주인은 최초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새벽에도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했었다”며 “그러나 오후 1시께 다시 확인했을 때는 모두 쓰러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가스 보일러 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가정집에서 가스 온수보일러가 고장을 일으키며 주민 1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기도 했다. 해당 건물 역시 보일러 외부 연결 배관이 막히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배관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일러를 가동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다치는 사례가 잦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에는 사람이 쉽게 알아채기 어려워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쉽게 눈치 채기 어려운 일산화탄소 특성에도 사고가 난 펜션에는 어떤 감지 장비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체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가 설치된 경우 면적이 100㎡ 이상이거나 지하 시설에 한해 가스누출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치 규정이 없다.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19일 사고 현장에 설치된 가스보일러를 뜯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식을 맡긴다고 밝혔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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