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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연말 ‘택시 전쟁’…“승차도 콜도 거부하면서 카풀 반대?” 싸늘한 여론
-택시마다 ‘예약’ 점등…콜택시 ‘배차 불가능’ 알람만
-“이래놓고 카풀 반대, 이해 안된다”…시민들 불만
-미리 나와 카페 등서 어플로 택시잡는 노하우도
 

지난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삼송역 가요?”, “예약차입니다.”

지난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4번출구 근처 직장인 김모(35) 씨는 한 손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 흔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휴대폰 카카오 택시 어플로 택시를 잡았다. 날이 추워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겨우 빈 택시를 잡았지만 택시기사는 ‘예약’이라며 휙 지나갔다. 먼저 온 사람이 카카오 택시 어플로 먼저 택시를 잡아 타자 김 씨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미 대중교통은 끊겼는데 집에 어떻게 갈 지 모르겠다. 택시 잘 잡히는 곳을 찾아 걸어가서 타야 할 것 같다”며 걸음을 돌렸다.

역근처 횡단보도에는 김 씨처럼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연말 택시 잡기 전쟁은 피가 마른다. 여기저기서 ‘배차 가능한 택시가 없다’는 내용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눈 앞을 지나가는 택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원망을 넘어 분노로 변해갔다. 맹추위속에서 20분째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정모(29) 씨는 “저렇게 택시가 많은데도 탈 택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연말이라 이태원에 사람이 많으니 더욱 가려서 태우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노상에서 택시 잡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카페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모(28) 씨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카카오택시 어플로 택시잡기에 나섰다. 먼저 잡힌 친구들 2명은 집에 갔고 3명이 남았다. 이 씨는 “어차피 빨리 잡히지 않으니 수다도 떨 겸 안으로 들어왔다. 경기도 일산과 강남에 사는 친구가 가장 먼저 빠져나갔다. 인천 사는 내가 꼴찌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새벽 1시께, 연말을 맞아 친구들과 술을 마셨던 이모(51ㆍ잠원동) 씨도 잡히지 않는 택시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이씨는 “자정이 넘은 시간 압구정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택시를 잡는데 콜도 안오고, 지나가는 택시도 물어보고는 그냥 가버려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결국 추운 날씨에 40여분을 걸어서 귀가했고,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친구는 한남대교까지 걸어가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탔다고 설명했다.

택시잡기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카풀 서비스란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 운전자가 본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승객 운송 서비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달 카풀을 도입하려던 카카오는 택시기사들의 반대에 출시를 연기한 상황이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서윤지(30) 씨는 “택시업계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못하게 막는 게 매우 이기적”이라면서 “카풀이 있었다면 벌써 집에 갔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 같은 쓴 소리를 택시기사들이 모를리가 없었다.

이들은 사납금 등 승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억울함을 토해냈다. 12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윤모(62) 씨는 “사납금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없다”면서 “그런데 만약 승객이 가는 위치가 외진 곳이면 사람도 못 태우고 빈 차로 나와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터 큰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을 알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런다. 그 손님 하나 태우려다 10명을 놓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택시를 향한 민심을 의식한 듯 택시업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0대 택시기사 조모 씨는 “결국은 카풀이든 뭐든 택시를 위협하는 서비스가 나올 텐데 사람들이 택시를 선택하지 않으면 모두 망하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경쟁력 강화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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