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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력시장서 방치 후 사망한 일용직…사용자는 책임 없다?
-사무실에서 간경변으로 쓰러져 방치돼
-유족은 “사용자가 조치 안 한 책임 있어”
-法 “방치 과실 있지만 사망과 관련 없어”


[사진=123rf]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일을 구하려고 인력사무소를 찾았다가 사무실 내에서 숨진 남성을 두고 유족들이 사용자 측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법원은 죽은 남성의 상태를 살피지 않은 과실은 있지만, 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2단독 이태우 판사는 일용직 노동자 A 씨의 유족이 폐자원활용업체 대표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용직 노동자로 평소 한 폐자원 활용업체에서 일해오던 A 씨는 지난 2015년 6월 인력사무소의 소개로 폐자원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출근 당시 A 씨는 이미 술에 취한 채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고, 이를 본 업체 사장 B 씨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A 씨를 인력사무소로 돌려보냈다.

사무실에 돌아온 A 씨는 그대로 사무실 바닥에 쓰러졌다. 이를 인력사무소 소장과 직원들이 봤지만, A 씨의 상태를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 씨가 코를 고는 소리에 소장은 “술 깨면 나가게 하라”며 A 씨를 내버려둘 것을 지시했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A 씨가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셨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평소 간경변을 앓고 있던 A 씨는 사무실에서 숨졌고, A 씨는 숨진 지 3시간여가 지난 뒤에서야 사무소를 찾은 B 씨에 의해 발견됐다. A 씨가 숨지면서 유족들은 뒤늦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A 씨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병원으로 이송하지도 않은 B 씨 등에게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A 씨에게 일을 시켜온 사용자인 B 씨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책임을 게을리했다”며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방치한 과실이 B 씨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 씨측은 평소 A 씨가 술에 자주 취해있었고, 사망 원인도 술 때문이었기에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사무실 바닥에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B 씨가 즉시 병원에 후송하는 등의 조치를 게을리한 과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숨진 A 씨의 사망 원인은 ‘간경변을 동반한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 B 씨의 과실과 A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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