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독감 유행하는데…아이들은 건강보다 ‘기말고사 성적’ 걱정
-감염병으로 공결처리시 성적 처리법 학교별 상이…형평성 논란도
-“중간고사 잘 봤다고 일부러 독감 걸렸냐” 따가운 주변 시선까지

[인플루엔자(독감)으로 인한 기말고사 성적을 걱정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 사진=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마음껏 아프지도 못해요” “시험봐도 안 봐도 가시방석이에요”

때이른 한파에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몸보다 기말고사 성적 걱정에 한숨짓는 어린 학생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11일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8주차(11월25~12월1일) 전국 초중고에서 총 2만3159명(10만명당 393.7명)의 학생이 인플루엔자 감염병 환자로 보고됐다. 예년보다 2~3주 빨리 찾아온 독감 유행이 기말고사와 겹치자 감염된 학생들은 혹시나 내신 성적에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부모 A(49) 씨는 “중학생 아이가 기말고사 3일전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며 “원하면 시험을 따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시험보게 하는 것이 나을지 그냥 중간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점수로 대체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픈 아이는 걱정되지만 고등학교 입시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내신성적을 망칠까 아이도 나도 걱정”이라는 하소연도 뒤따랐다.

수험생들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정 감염병에 걸릴 경우 공결처리 되는데, 이때 응시하지 않은 내신 성적을 처리하는 방식이 학교마다 달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학칙에 따라 중간고사 성적을 100% 반영해주는 곳도 있고, 80%만 반영한다는 곳도 있어서다.

A 씨는 “학부모 사이에선 학교마다 다른 성적처리 기준 때문에 아이들의 유불리가 달라져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학교와 교육청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이중 응시하지 않은 기말고사 성적을 중간고사 성적으로 대체하면서, 반영비율을 100%로 설정한 학교에선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플루엔자로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과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성적을 둘러싼 신경전과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플루엔자로 기말고사에 결시한 고교생 서모(17) 양은 “주위에선 중간고사를 잘 봤다고 일부러 독감 걸렸냐”는 수군거림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친한 친구무리가 단체로 독감에 걸렸더니 기말고사 성적을 거저 먹으려고 일부러 서로 옮겨준 것”이라고 의심하는 시선 탓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는 설명이다.

형평성 논란은 수험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독감 판정으로 결석하면 중간고사 성적을 100% 반영해 기말고사 성적으로 쳐준다고 한다”며 “중간고사 성적이 좋으면 기말고사도 덩달아 잘 본 셈이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내년엔 나도 중간고사 잘 보고 기말 빠져야겠다”, “정상적으로 시험 보는 학생들이 손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학생들이 건강보다 시험성적에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올 겨울 독감은 지난해 시기(3851명)보다 7배나 증가한 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2일 교육부와 질병관리 본부에 따르면 48주차(11월25~12월1일) 독감 발생 학생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 258명이었다가 올해 1609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도 지난해 같은 시기 26.5명이었다가 올해 167.6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까지 독감 확산 수준이 조기 방학조치가 내려졌던 2016년 수준으로 심각하진 않다고 보고 있다. 교육청은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하고 학교와 가정에 대응방안을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