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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세포에 성별있는데…건강평등권, 여성은 없었다

  • 기사입력 2018-12-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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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주제는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을 병들게 하는 가난과 인종차별에 대해서, 표준화된 몸이 되지 못해 아파야 했던 여성의 몸과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의약품이 가장 천천히 개발되는 세계의 논리에 대해서 나누려고 했습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보건학자가 본 몸·질병의 사회사
의학연구 표준, 대부분 남성 기준
여성은 검사과정·약복용 철저히 배제

조선시대 ‘전염병대응’ 상당히 체계적
일제는 조선인 환자 파악조차 안해


무더운 여름, 사무실마다 에어컨 적정 온도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적잖다. 남성들은 덥다고 하고, 여성들은 춥다며 옥신각신한다.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실 온도는 섭씨 21도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대사율을 따졌을 때 적정온도는 23.1도와 26.1도 사이로 이보다 높다. 적정 온도 설정이 1960년대, 몸무게 70kg인 40세 성인 남성의 대사율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에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학 연구가 성인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삼았다며, 의학지식 생산과정에 여성의 몸은 배제됐다고 지적한다. 생식기관 뿐 아니라 모든 세포에 성별이 있는데,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검사과정이나 약 복용에서 배제되거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김 교수가 지난 20년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의 생산과 권력이란 측면에서 새롭게 들여다본 사회사다.

지은이는 지식의 최전선인 몸에 관한 1120편의 논문을 검토하고 300여편의 문헌을 살펴 몸에 관한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이용됐는지 탐색해나간다.

지식은 곧 권력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하다는게 그의 관점이다.

예를 들어, 일상화된 혈액형과 성격유형은 그 뿌리를 캐보면 제국주의 시기 혈액형 인류학에 닿는다. 1918년 독일 의사 루드빅 히르쉬펠트는 마케도니아 전장에서 16개 국가의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분석, ‘생화학적 인종계수’를 만들어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다. 독일인의 피가 피지배 인종과 다르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일본이 조선보다 우수하다는 걸 내세우려는 일본에 즉각 수용된다. 하이델베르크의대에서 공부한 사토 다케오는 조선 남부, 중부, 북부로 나눠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 일본과 가까울수록 인종계수가 높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지식의 생산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점도 김 교수가 책을 통해 강조하려는 주제다.

김 교수는 종두법을 알린 지석영을 통해 식민지시대 지식인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새로운 평가를 함께 시도한다. 지석영은 조선시대 사망의 주요 원인인 천연두를 예방하는 법을 알기 위해 1879년 부산에 있는 일본 해군 소속 서양식 병원인 제생의원까지 걸어가 배워 온다. 그러나 이내 재료가 바닥나자 수신사 일행으로 일본에 건너가 우두 제조법을 배워 왔다. 종두장 설치는 숱한 반발에 부딪히지만 개화파의 지원으로 자리를 잡게된다. 김 교수는 의료근대화에 선교사나 일본인의 역할이 있지만 조선인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근대화의 노력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석영의 이름은 50년이 지난 1934년 일본에 의해 다시 소환된다. 일본의 조선통치를 정당화해줄 인물로 낙점된 것.“조선총독부는 뛰어난 일본의 과학을 배우고자 했던 합리적인 식민지 조선인의 표상으로 지석영을 활용”헸던 것이다.

김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일제가 잘 살게 만들어줬다는 학자들에 맞서, 과연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은 더 건강해졌는지 따져 묻는다. 당시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는 일본인이 조선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일제 강점기 내내 조선 거주 일본인의 법정 전염병 사망자 수를 보면 인구 10만명 당 90명 정도지만 조선인은 거의 없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조선인에 대해선 아예 그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보건과 의학 시스템에 대해서도 꼼꼼이 살핀다.

1524년(중종 19년) 1월 평안도 서부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조선 땅을 휩쓸었다. 티푸스로 추정되는 이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은 2만3000명으로, 당시 400만 인구 가운데 0.5%가 사망했다. 당시 조선은 법제적인 질병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곡식을 풀고 의술이 뛰어난 의사를 보내 치료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매장했다. 의료기술은 제한적이었지만 효과적인 대응시스템이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세종의 ‘향약집성방’도 새롭게 평가한다. 중국의 의학이론에 기대 조선의 약제를 정리했다는 평가절하와 달리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병이 나면 사람들은 조선의 땅에서 나는 약을 믿지 못하고 중국의 약만 찾는 상황이었는데 당약과 향약을 비교검토해 새롭게 정리함으로써 우리 것을 갖고 진단, 처방이 가능해진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인구집단의 건강을 말하는 ‘사회역학’ 연구자답게 건강불평등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2004년 소득수준 하위 20%는 기대수명이 74.64세인데 반해 상위 20%는 80.69세였다. 이후 12년동안 하위 20%는 3.91년이 증가하고, 상위 20%는 4.45년이 증가했다. 지난 10년동안 그 격차가 6.05년에서 6.59년으로 벌어졌고, 2025년에는 6.90년으로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누군가는 삶의 전제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적은 사람들만의 불행만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선 가난한 사람은 물론 부자도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존감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 이면에 급격한 소득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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