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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조사 앞둔 양승태] 서열順 대법관 임명 부활 등 ‘판사 관료화’가 일 키웠다
사상 초유의 대법원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재임 시절 ‘판사 관료화’를 심화시키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은 조만간 검찰 포토라인에 설 전망이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번 박병대(61·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 뒤 양 전 대법원장 대면 조사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과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공범으로 기재됐다.

구속 여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서게 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은 시간 문제가 됐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선 재판 업무를 지원해야 할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이 거꾸로 판사들을 ‘통제’하는 데 쓰인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법원이 내놓은 조사보고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입법 로비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점이 원인으로 기재됐다. 내부적으로는 인사권을 활용해 수직적 구조를 만들고, 외부적으로는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결국 법원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립기관인 판사를 관료화 시켜 ‘시키는대로 따르는’ 상하관계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퇴행적 인사권 행사는 서열에 따른 대법관 임명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로 요약된다. 이번에 공범으로 지목된 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해 사법연수원 11기~14기 사이의 법원장급 인사가 순서대로 대법관에 임명돼 사실상 고위 법관들의 ‘승진코스’로 활용됐다.

특히 대법원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정치권 역학관계에 밝은 법원행정처 고위직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고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대법관이 됐다. 재판 방향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용덕(60·12기) 전 대법관 역시 법원행정처장, 권순일(59·14기) 대법관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출신이다.

행정처 심의관을 맡았던 판사들도 비슷했다. ‘법관 인사의 꽃’으로 불리는 고등부장 승진제는 ‘말 잘 듣는 판사’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이 계획이 잠정적으로 보류됐다. 행정처에서 대법원장을 보좌했던 판사들이 줄줄이 고등부장으로 올라가고, 이들이 다시 대법관 후보가 되는 ‘승진 관행’을 이어간 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상고법원 역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었다. 대법원에 ‘상고법원’을 설치하고 대법관들이 맡지 않은 다수의 3심 재판을 맡기는 제도였는데, 고등부장급 판사를 상고법원 판사로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추가로 생겨 대법원장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입법이 어려워지자 청와대에 대통령이 상고법원 판사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제안을 준비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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