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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조사 앞둔 양승태] 사법농단 ‘공모관계’ 논리 흔들 양승태 수사계획 수정 불가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기각
2차 기각 부담에 영장 재청구 고심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고영한(63·11기)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구속 위기를 넘기면서 양승태(70·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법원이 제시한 영장 기각 사유 중 주목할 대목은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검찰은 이미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관계에 있다고 적었다.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실행자’인 임 전 차장과 상하관계에 있던 두 전직 대법관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임 전 차장이 일선 판사 뒷조사를 지시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부적절한 요구를 반영해 재판에 개입하려 했다는 걸 보고를 받았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논리였지만, 법원의 반박에 직면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던 박 전 대법관의 경우 검찰이 영장 발부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피의자다.

검찰로서는 두 전직 대법관 구속에 실패하면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로서는 ‘법원이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여론이 많지만, 담당 판사가 바뀐 뒤에도 같은 판단이 나온다면 공소 논리에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면 두 전직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다면 원활한 소환 조사가 어렵다. 이번 사건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를 구성하는 데 기초공사가 상대적으로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영장 기각 직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일정상으로도 차질이 예상된다. 범죄 피의자를 구속할 경우 최대 20일까지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이 구속됐다면 20일 내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 일정도 그 안에 잡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번 수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을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변호사를 직접 만나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조직법상 공개가 금지된 심리 내용을 유출했다고 보고 비밀누설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두 전직 대법관이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을 잇는 ‘연결고리’이냐에 대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대면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이거나 부당하게 간섭한 바가 결단코 없고,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방향을 왜곡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좌영길 기자/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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