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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 두목의 값진 개과천선…어둠 털고 복지사로

김유태씨가 3일 부산 동구 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일주일치 반찬과 음료 등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중앙일보]

-봉사의 삶으로 제2인생 꿈꾸는 김유태 씨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칠성파와 함께 부산 양대 조직폭력으로 손꼽힌 유태파 두목 김유태 씨가 부산경상대 사회복지학과 19학번 새내기가 돼 화제다.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비영리 봉사단체를 설립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입학전형에서 수시(만학도 전형)로 합격했다. 그는 2018년 방송통신고등학교도 마쳤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40년간의 조폭 생활과 9년간의 옥살이를 청산하고 사회복지사로 인생 제2막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그 이유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야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각목을 잡던 그의 투박한 손에는 반찬 통이 들려 있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그는 어묵과 두부, 콩나물, 돼지 김치찜을 꾹꾹 눌러 담았다. 김씨와 가족들이 만든 독거노인에게 줄 도시락이다. 그는 도시락을 다 싸자마자 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독거노인 30명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했다.

김씨는 2015년 6월 ‘더불어우림 숲 봉사회’를 만들고 회장을 맡았다. 봉사 회원은 23명. 회비와 후원금으로 도시락을 만든다.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 든다.

김씨가 봉사활동을 결심한 건 오로지 가족 때문이다. 그는 “2008년부터 3년간 교도소에 있으면서 80대 노모가 돌아가실까 봐 노심초사했다”며 “장성하게 자란 자녀와 손주도 눈에 밟혔다. 출소 이후에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2년 3월 출소 후 그는 부산 동구 적십자회장을 했던 외사촌 동생을 따라 우연히 봉사활동을 나갔다. 조폭 출신인 줄 모르고 자신을 반기는 노인을 보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동구 일대 구석구석 독거노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김씨는 3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을 생각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월요일은 도시락 배달을 갑니더. 2016년 가스레인지 불을 켜두고 잠이 든 노인 집을 찾았다가 불을 끈 경험을 한 이후로는 사명감까지 생겼습니더.”

1956년 부산 동구 범일 5동에서 태어난 김씨는 중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를 하다 조폭 선배 눈에 띄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당시 ‘용길파’ 조직에 가입했다. 198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유태파를 결성하고 조폭 두목이 됐다. 그해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후에도 3번이나 더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 들락날락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비행 청소년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지도자가 되어 자신과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해 하류인생을 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봉사만큼 쉬운 게 없습디더. 봉사는 취미고, 청소년 선도가 최종 목표입니더. 제가 걸었던 음지의 길을 비행 청소년이 되밟지 않아야 하니깐요.”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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