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기의 금융산업] 편파 감독·포퓰리즘 정치…훤히 ‘보이는 손’ 시장을 망쳤다

카드수수료 인하폭 ‘답정너’식 결정 후 통보
자보, 정비수가 인상에도 보험료는 3% 묶여
은행도 경영상 판단까지 ‘깨알공개’로 압박
가격~업태까지 정부입김…시장 질식 위기


자본주의의 상징인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다만 공익을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 자체를 정부가 통제하는 경우는 자본주의에서 드물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손’에서 시장은 제 기능을 상실하기 쉽다.

금융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금융 시장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된 질서에 맞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다. 그러나 심판이 개별 팀의 플레이에 직접 관여하면 규칙이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역량 약화라는 부작용까지 나온다. 당국이 가격부터 업태까지 직접 통제에 나서는 상황을 두고, 금융사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국가가 가격을 정하는 유일한 금융상품’인 카드 수수료다. 카드사, 소비자, 가맹점, 학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향후 3년간 적용할 카드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카드사부터 소비자까지 다방면의 입장을 감안한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진통이 심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속칭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식으로 진행됐다.

당국은 올해 지방선거 이후 인하했던 수수료까지 계산에 넣어 수수료 인하폭 1조4000억원을 맞췄다. 지난 22일 대통령이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운을 떼자 다음날 카드사 사장들이 ‘의견수렴’이라는 명목으로 소집됐다.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자리라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카드사 못잖게 보험사들도 당국을 상대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형국이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사들이 그 요율을 결정하지만,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이 훤히 ‘보일’ 정도다. 손보사들은 최소 7~8%는 올려야 정비수가 및 최저임금 인상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3% 이상 인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은 3% 인상안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맡긴 상태다.


금융권 위험관리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우등생’으로 꼽히는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위가 은행권과 함께 운영해온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다음해 상반기부터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까지 대출금리 항목을 낱낱이 공개하는 안을 추진중이다. 우대금리 제공 등은 경영상 판단의 영역인데, 이를 공개한다는 것을 놓고 은행권에서는 “가격 결정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계 부채 위험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대출 총량 규제’는 매출 성장 폭까지 정해놨다.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은 그 총량이 전년 보다 7%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놨다.

상품의 가격, 업태까지 관여하는 감독에 대해 정치권이 포퓰리즘으로 산업을 망가뜨리는 형국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는 “카드 업계는 국회와 정부가 만들어놓은 재앙”이라며 “소상공인을 도와주고 싶다면 정부가 세수를 마련해 도와줘야지, 카드사 이익 많이 났다고 물건값 내리라는 논리는 사회주의 국가와 다를게 뭐냐”고 꼬집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은 자율과 창의하에 발전하는 것인데, 금융 상품이나 가격에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대해서도 “카드 산업을 키워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카드사가 낸 세금으로 소상공인들에 대한 복지를 실현하는게 시장 원리에 맞고,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