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외엔 원전마케팅…국내선 탈원전…
文대통령 체코 원전 수주 총력전
경쟁국 ‘한국 탈원전’부각땐 불리
靑 산업정책비서관 ‘원전통’ 임명
기존 정책 수정 단초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원자력 발전소 수주에 나선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지어진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 기념 참석 이후 처음 갖는 대외 원전 행보다.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해외에선 원전 수출 정책을 취하는 ‘모순된’ 입장에 대해 청와대는 ‘국가적 이익 우선’이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원자력 업계에선 탈원전 정책이 수주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 순방 직전 대만에서 탈원전 정책이 공식 폐기된 것도 주요 변수다. 대만은 현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탈원전 모델 중 하나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 한국 기업의 강점과 수주 시 누릴 수 있는 점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며 “원전 수주전에 있어선 국가적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 23일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 “우리의 강점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관심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문에서도 ‘원전 산업의 국제 경쟁력 유지’를 하면서 원전 수출에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출국한다. 문 대통령은 순방 첫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 회담하고 한국 기업의 원전 수주에 대한 강점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각 1000㎿급 원전 1~2기 건설을 추진중이다. 2025년 준공, 2035년 상업운전 돌입이 목표다. 관련 사업 수주엔 한국수력원자력과 중국광핵집단(CGN),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뛰어든 상태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중이란 점이다. 수주 경쟁전이 치열한만큼 경쟁사들이 체코 정부에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국 또는 자사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디딤돌’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체 수주 액수가 21조원짜리 대형 원전인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원전 수주가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경쟁사들의 이같은 ‘견제’는 피하기 힘든 현실로 인식된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절박하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과 한전 관계자들이 원전 발주처(체코 정부)로부터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출과 내수 원전 정책의 모순이 수주전에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익 최우선’이라는 청와대의 입장과는 별개로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어쩔수 없이 ‘탈원전 정책’이 국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대만의 선거결과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25일 대만 국민투표 결과 ‘대만 탈원전 대표 정책’이었던 전기사업법 조문 폐지가 확정됐다. 전기사업법은 2025년까지 대만의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조문에 대해 대만 국민투표에서는 ‘폐지돼야 한다(찬성 59.49%)’가 과반을 넘었다. 대만 정부는 3개월 내에 새 법안을 만들어 의회(입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최근 청와대 내에서도 기존 원자력 정책의 세부 사항이 수정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기존 사회수석실 편재하에 있던 ‘탈원전 TF’를 경제수석실 산하로 옮겨 ‘에너지정책’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달에는 신입 산업정책비서관에 ‘원전통’으로 분류되는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임명됐다. 산업부에서 원전산업정책관(국장)으로 근무한 강 비서관은 원전 관련 이슈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여전히 청와대 내에선 원전 정책에 대한 기본 기조로 ‘안전·환경’이 우선이란 평가가 많다. 원전 산업을 국내와 국외로 구분해 국외에선 수주에 진력하되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전 수출과 탈원전 정책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