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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트럼프 판사 없다”…연방대법원장에 한방 먹은 트럼프
법원 “입국·망명 차단조치 위법”
트럼프 “오바마때 임명된 판사”
로버츠 “독립적 사법부 감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연방대법원이 중미 캐러밴(이민행렬)의 입국·망명 차단 조치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직접적인 대응을 피해온 대법원장도 이번에는 반발 성명으로 맞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BBC 방송 등에 따르면 존 로버츠<사진>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가 없다. 부시 판사 또는 클린턴 판사도 없다”며 “우리에겐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라는 특수 그룹만 있다.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 모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존 S.티거 판사를 “오바마 판사”로 부른 데 따른 반응이다. 티거 판사는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캐러밴 입국·망명 차단 조치가 모든 이민자에게 망명신청 기회를 주는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일시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결정에 반발하며 그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임명된 인물임을 강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대법원장의 공개 성명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향한 비판에 응답한 건 드문 일”이라며 “대법원은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해왔다”고 전했다.

BBC는 “대법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간 로버츠 대법원장보다는 그의 동료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더 많은 비판을 해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풍 트윗’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미안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오바마 판사’를 두고 있다”며 “이들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려는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국·망명 차단조치를 금지한) 연방법원이 정말로 ‘독립적인 사법부’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짜 그렇다면 왜 그곳에서 국경·안보에 관한 다른 견해가 담긴 사례가 많았겠는가. 왜 많은 판결이 뒤집혔는가”라며 “제발 그 수를 살펴봐라. 충격적이다. 우리는 보호와 안전이 필요하다. 이런 결정들은 국가를 불안전하게 만든다. 아주 위험하고 현명하지 않다!”고 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사의 공평성과 동기에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법부의 정치이슈화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법원장의 성명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시 블랙먼 사우스텍사스대 법학교수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를 공격하는 데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로버트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키면서도 비난받을 수 있다. 결국 법원은 이런 종류의 싸움에서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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