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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대, 임종헌 공소장에 108회 등장…‘재판 시나리오 검토’ 지목
검찰 임종헌 공소장으로 본 혐의
2014년 ‘2차소인수회의’부터 거론돼
양승태-박근혜 전 대통령 회동시
‘국정협력사례’ 메모 작성도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14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미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돼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19일 오후 11시 46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와 ‘사법농단 지시자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에 광범위하게 관여한 만큼,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은 실행행위를 맡은 임 전 차장과 총 책임자인 양 전 대법관을 연결하는 ‘키맨’으로 평가받는다. 공모관계에 있는 임 전 차장이 구속기소됐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 역시 영장 심사를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총 243페이지 분량의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박 전 대법관은 108차례 이름이 등장한다. 첫 피의사실은 2014년 10월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자격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2차 소인수회의’에 참석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김기춘(79) 대통령비서실장의 주재로 박 전 대법관과 윤병세(65) 외교부장관과 황교안(61) 법무부장관, 정종섭(61) 안전행정부장관, 조윤선(52) 청와대 정무수석이 모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 전 대법관이 ‘재판 개입을 목적으로 한 사건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데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5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할 당시 참고했던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 메모도 박 전 대법관이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메모를 바탕으로 법원행정처는 KTX 승무원, 철도노조 파업,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을 ‘국정협력사례’로 청와대에 제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에도 박 전 대법관의 이름이 등장한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죄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 청와대와 여권이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부의 중요 정책 추진에 반대할 것을 우려했다’고 적었다. 원 전 원장은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됐지만, 대법원은 2015년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것은 정권이 교체된 뒤였다.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직위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혐의에는 박 전 대법관이 사실상 실무책임자로 등장한다. 검찰은 2015년 5월 박 전 대법관이 참석한 ‘처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일선 재판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의에서 논의된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이규진(56·18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 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이었던 조한창(53·18기) 부장판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장의 비대한 권한에 비판적이었던 법원 내 연구모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법관의 직접적인 발언 내용도 기재됐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7월 이규진 상임위원에게 “인사모에서 법관인사나 사법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볼 때 우리법연구회와 유사하니 한 번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같은해 8월 인사모에서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한 직후에는 임 전 차장에게 “인사모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밖에 ▷대법원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일선 판사 사찰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사용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불법 정보 수집 등 혐의에 박 전 대법관이 폭넓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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