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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 아래 카메라…15분간 숨죽이자 ‘시간’이 드러났다
Darren Almond, Fullmoon@Lewisian Gneiss, 2013, 121.2 x 260.3 cm.[사진제공=PKM갤러리]
PKM갤러리, 대런 아몬드 개인전
시간ㆍ풍경ㆍ기억을 포착하는 작업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조용한 풍경이다. 지나가는 바람도 숨죽이고, 한 낮 소란스럽던 숲의 소리도 조용하다. 달빛 아래 눈 쌓인 숲과 바다가 펼쳐졌다. 파도마저도 모래톱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있을 것 같은 이 작품은 영국 YBAs(Young British Artists)출신 작가 대런 아몬드(Darren Almond)의 풀문(Full moonㆍ만월)시리즈 중 ‘발틱해 수평선’이다.

작가는 지난 1998년부터 풀문 시리즈를 이어왔다. 어두운 밤 풍경을 보름달에만 의존해 담아내는 것이다. 15~50분 동안 장노출로 포착한 자연은 카메라를 든 인간의 시간, 그를 기다려온 대지의 시간, 자연의 시간을 품고 있다. 

Darren Almond, Drawing IV, 2018, 75 x 95.3 cm.[사진제공=PKM갤러리]
대런 아몬드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2010년 동 갤러리에서 전시 이후 8년만에 열리는 두 번째 한국전으로, 사진을 비롯 거울회화, 브론즈 작품 등 근작 10여점이 나왔다.

거울회화 시리즈는 기차역의 디지털 플립 시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플립 시계의 등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으로 읽혔다”는 작가는 플립시계를 분절하거나 반전시켜 알아볼 수 없는 기표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는 관객은 시간의 매커니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Darren Almond, Reflect Within III, 2018, 183 x 258 x 3 cm (panels 5 x 5) [사진제공=PKM갤러리]
이렇듯 작가는 ‘시간’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시간은 과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정하게 분절적으로 지나가지 않는다. 무척이나 탄성적이다. 특정 트리거가 있다면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과거의 기억을 모두 떠올리기도하고, 또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리기도 한다”는 작가는 자신에게 시간의 의미를 “어디에나 있는 것, 본래의 의미에 닿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빛이고, 빛은 존재를 만든다”며 “대자연을 담아내면서 하고싶은 말은 우리가 이 우주에서 특정한 시간에 존재 했다는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Darren Almond, Fullmoon@Baltic Horizon, 2015, 121.2 x 121.2 cm.[사진제공=PKM갤러리]
작가는 1997년 YBAs의 그룹전 ’센세이션‘에 최연소 작가로 참가해 국제 미술계에 등단했다. 이후 2005년 할머니의 기억을 공감각적 시선으로 조명한 비디오 설치작업 ‘이프 아이 해드 유(If I Had You)’로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베를린 비인날레(2001), 베니스 비엔날레(2003), 부산 비엔날레(2004), 테이트 트리엔날레(2009)에 참여했다. 무담 룩셈부르크(2017), 도쿄 스카이 더 배스 하우스(2016), 런던 화이트 큐브(2005), 뒤셀도르프 K21(2005) 등 주요 미술관에서 70여회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엔 영국 수도권 대심도철도 크로스레일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쿠사마 야요이, 더글라스 고든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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