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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신념이 대한민국號를 순항케 할까?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으로 김수현 사회수석이 임명됐다. 그런데 김수현 실장은 임명되기 이전부터,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 조차 적임자인지에 대해 이견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정책실이 하는 일의 3분의 2가 경제다. 국내 정책의 3분의 2가 경제이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가 사실 좀 곤란하다”며 김수현 수석의 실장 기용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경제 비전문가이며, 부동산 등 실패한 정책의 책임자”라며 김수현 실장에 대한 비토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청와대는 김수현 실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런 것을 보면 청와대의 “신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예를 봐도 그렇다. 얼마 전 복지부가 고령화와 저성장 등에 따른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덜 받고 더 내는’ 식의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현재의 국민연금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마술을 부리지 않는 한, 지금처럼 내고 현행대로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지적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 당시에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리되 보험료 증가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과거에 한 말을 지키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일종의 “마법”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선 당시에 그런 비법(秘法)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 대통령이 장관에게 알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지금 언급한 두 가지 사례를 보면, 공통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공통점이란 대통령의 의중이 대부분 관철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의 임명은 여론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국민연금 문제는 전문가들과 실무 공무원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대신, 여론을 따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두 경우 모두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정치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의 방향성이 진리가 아닌 이상, 반드시 옳다고 할 수도 없고, 처음의 취지는 좋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문제점이 노출돼 적지 않은 폐해를 발생시켰다면, 처음의 방향성을 고집하는 것을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론을 듣고 여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접고 여론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반대로 전문가들의 말과 여론이 상충될 때는, 국가의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리더로서 옳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부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영어로 government인데 이는 라틴어의 gubrno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gubrno라는 라틴어는 본래 “항해하다” 혹은 “키를 잡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세 거부들이 무역을 하며 적은 항해일지를 보면, 이 단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요약해서 보자면 정부라는 단어는 “배를 운항하다”에서 온 것인데, 국가를 운영하는 것도 키를 잡고 배를 운항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단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국가운영을 말하자면, 대통령과 청와대는 키를 잡고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키를 잡은 이들은 기후를 잘 살피면서 변화하는 해류와 풍랑을 잘 헤쳐 나가는 안목이 필요하다. 약속된 길이라 할지라도 풍랑이 거세면 돌아갈 줄도 알아야하고, 기상 전문가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 미리미리 대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장은, 자신의 신념대로 밀어 붙이는 것만이 배를 안전하게 목적지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지금 정권 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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