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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률 안 착한 ‘착한펀드’

-주요 SRI 펀드 연초이후 수익률, 10개 중 8개 벤치마크 밑돌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착한펀드’ 관심 높았지만…낮은 ESG 수준 걸림돌
-기업지배구조 평가할 기초데이터 “여전히 추상적” 지적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수익률은 대부분 시장평균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 상위 10개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웃돈 곳은 2곳에 그쳤다. SRI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코스피 시장 전체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아 차별성이 없고, 그렇다고 펀드매니저들이 차별적 포트폴리오를 갖출 만큼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0개 SRI 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 펀드의 벤치마크 수익률을 웃돈 것은 9곳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시장평균보다 못한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는 연초 이후 11.0%의 손실률을 기록, 벤치마크보다 낙폭이 8.1%가량 더 컸다. 이밖에 ‘하이사회책임투자’, ‘ABL액티브SRI’, ‘HDC퇴직연금좋은지배구조40’ 등 펀드가 각각의 벤치마크 등락률을 3% 이상 밑돌았다. 펀드가 설정된 지 10년이 넘은 ‘ABL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A’, ‘미래에셋좋은기업ESG(주식)C5’ 등도 저조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SRI 펀드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기업의 윤리경영과 환경보호, 지배구조, 기업 재무제표를 모두 활용하는 펀드다. 기관투자가와 대기업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올해 본격화하면서, SRI 펀드 성과 역시 양호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해에만 4개의 펀드가 새로 설정됐고, 올해는 한국거래소의 ‘KRX ESG사회책임경영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기대를 모았던 SRI 펀드가 시장 평균보다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SRI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에 활용되는 상장기업의 ESG 수준이 글로벌 평균에 대비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스위스 투자평가사 로베코샘(RobecoSAM)의 올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ESG 순위는 분석 대상 65개국 중 33위에 그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낮은 ESG 수준은 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할 때 투자대상기업 선별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RI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참고할 정보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은 점도 성과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SRI 펀드는 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일정 기준 이상의 평가를 받은 종목을 선별해 담거나, 반대로 코스피 기업 중 ESG 점수가 낮은 기업을 제외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이같은 데이터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기업의 공시정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구성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것은 지배구조 측면인데,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되는 지배구조정보는 여전히 추상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정보의 부족 문제는 SRI 펀드의 차별성 부족 문제로도 이어진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SRI 유형의 대표 펀드 성격을 분석해보면 코스피와 비슷하게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굳이 SRI 펀드를 선택한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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