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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놀이터 기획]“도로ㆍ학교ㆍ농촌 등…창의 어린이놀이터, 틀 깨고 확장해야”
8일 서울시청 근처 카페에서 오웬 로이드(Owain Lloydㆍ사진)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이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제공=서울시]
-오웬 로이드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
-어린이 놀이터 심포지엄 기조연설자 인터뷰
-웨일스, UNCRC 법제화 ‘놀이 선진국’ 명성
-“놀이는 복지…놀이정책 장기 비전 세워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도로 전체를 창의 어린이놀이터로 만드는 안은 어떤가요?”

오웬 로이드(Owain Lloydㆍ사진)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은 서울 창의 어린이놀이터가 더 큰 사랑을 받으려면 확장성이 필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창의 어린이놀이터는 그네ㆍ미끄럼틀 등 천편일률적인 시설 중심 놀이터가 아닌 모험ㆍ흙놀이 등 놀이활동 자체가 중심되는 새로운 놀이터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관련 예산으로 매년 50억원을 투입중이다. 지난 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시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서울은 새로운 창의 어린이놀이터를 만들 공간이 없어보인다”며 “그렇다면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열린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오웬 씨는 3박4일간 서울시내 창의 어린이놀이터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지난해 기준 시가 만든 창의 어린이놀이터는 모두 71곳이다. 그는 양천구 등을 도는 중 서울 창의 어린이놀이터 상당수는 기존 놀이터를 손 봐 만든 시설이란 점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오웬 씨는 원래 있던 놀이터를 넘어 학교, 도로 등 다양한 시설물도 창의 어린이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오웬 씨는 “특정 도로 전 구간에 차량 통행을 막은 뒤 오직 아이들을 위한 놀이 프로그램을 두는 안을 검토할 만하다”며 “교실 등 공간도 훌륭한 실내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오웬 씨가 밝힌 2개 안 모두 시에게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시는 매년 중구 세종대로 등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연다. 차량 통행을 막고 각종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부대행사가 전시, 장터 등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볼거리가 중심이란 점이다. 오웬 씨가 짚은대로 아이만을 위해 도로를 막은 일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는 또 고농도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로 인해 아이들을 위한 실내공간의 활용방안을 고심하던 상태였다. 그는 “기존 놀이터만이 창의 어린이놀이터의 뼈대가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며 “풍부한 자연환경이 있는 서울 인근 농촌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웬 씨의 생각이 이처럼 앞서 나갈 수 있는 데는 웨일스란 나라가 갖는 특성 때문이다.

웨일스는 놀 권리를 명문화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을 법제화한 최초 나라다. 이에 따라 행정당국은 의무적으로 아이들이 놀고 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도로의 놀이터화’, 실내 놀이터 확대 등은 이미 웨일스가 시행중인 정책이다. 그는 “웨일스는 정책에 점수를 매길 때도 그 안에 아이들의 놀 권리가 확보돼 있는지 살펴본다”며 “놀이가 복지차원으로 올바른 성장을 이끄는 데 필수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웬 씨 또한 굉장히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한국 아이들의 모습을 봤을 땐 놀랐다고 한다. 최근 스마트폰 등 영향으로 아이 스스로 뛰어 놀 시간을 미룬다는 말을 듣고서도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몸과 머리를 함께 쓰도록 유도하는 놀이가 아이의 신체ㆍ정신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고 본다. 놀이문화는 아이가 커가는 데 필수이며, 이 문화를 촉진시키려면 무엇보다 행정 차원에서 놀이정책에 대한 장기 비전을 세워야한다는 게 오웬 씨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시는 창의 어린이놀이터를 만드는 데 적극이며 이미 새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이와 함께 교육 과정을 짤 때 그 안에 놀이를 필수적으로 포함시킨다면 놀이문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오웬 씨는 3명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기도 하다.

그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수영과 사이클을 즐긴다. 9살 막내 딸은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성장했고, 자신도 어느새 사이클 마니아가 됐다고 했다. 오웬 씨는 “놀이는 아이와 함께 어른의 변화도 이끈다”며 “부모들도 서울시의 놀이 사업에 큰 걱정을 갖지 말고 적극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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