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전엔 입찰 절차도 안 밟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가 응급의료무선통신망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본적 절차를 건너뛰어 7억여원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무선통신망 사업자 선정절차와 원가산정 절차를 제멋대로 건너뛰고, 기존 사업자에게 사업비를 집행한 것이다.
감사원이 원가를 기준으로 비용을 재산정한 결과 7억여원이 낭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응급의료무선통신망 관련 부패신고 사건을 넘겨받아 감사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정부는 경찰, 소방서, 응급의료기관 등 재난대응기관이 단일주파수로 신속히 연락할 수 있게 하자며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을 추진했으나, 2008년 감사원이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중단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보건소와 응급의료기관이 민간 상용망을 활용해 무전기(단말기)로 통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기로 하고, 2009년부터 전국 규모의 응급의료무선통신망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자로 선정된 A사는 KT파워텔의 업무용 상용망(iDEN-TRS)을 빌려 보건소 등과 응급의료기관이 단말기(무전기)로 서로 통화할 수 있도록 통화서비스를 제공한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단말기 구입비, 통화료, 유지보수비, 정기점검비, 이동기지국 장비 설치비 등 사업비로 총 144억여원의 국고보조금과 지방비가 투입됐다.
A사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11년 동안 이 사업을 수행했고, 올해부터 사업자가 바뀌었다.
복지부는 2013년까지는 매년 경쟁입찰로 A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2014년과 2015년에는 A사와 구두로만 협의하고 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계약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채 사업비가 집행되도록 했고, 2016년에는 6월에서야 A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복지부는 2014년 2월 28일 A사와 계약기간이 끝난 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가, 같은 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응급의료무선통신망을 통한 통신수요가 급증하자 전년에 준해 사업비가 집행되도록 했고,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목적, 금액, 기간 등을 계약서로 작성해야 하고,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도 원가계산을 통해 예정가격을 작성해야 함에도 이를 건너뛴 것이다.
감사원은 또 이동기지국 설치를 위해 구입한 장비는 복지부에 귀속해야 함에도 장비 소유 관계에 대한 조건을 계약에 명시하지 않아 작년 12월 A사와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관련 장비를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통화료, 유지보수비 등에 대해 원가계산 없이 전년도 단가를 사업비로 반영했다.
감사원이 원가계산 기준으로 비용을 재산정한 결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통화료 6억여원, 2016년 유지보수비 1억여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응급의료무선통신망과 관련해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자산성 물품에 대한 소유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수의계약 시 원가계산 등 적정한 방법에 따라 예정가격을 산정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