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학비 벌려 졸업 미루고 취업준비는 돈모은 뒤 하기도 알바 56%가 하루 6시간 이상 그나마 ‘일할 자리’도 감소세
취업준비생 정모(28) 씨가 지난달 받은 월급은 150만원이 채 안 됐다. 각종 공제액을 제하고 나니 실제 통장에 들어온 돈은 136만원 정도였다. 40시간을 모두 채우지는 않지만, 종종 시간 외 근무도 하고 있다. 그렇게 계산해보면 최저 임금보다 조금 높았다.
주변에서는 “아르바이트치고 돈을 많이 받는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 씨는 “사정을 알면 절대 부러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류창고 특성상 불규칙한 휴일에 그날 업무량에 따라 잔업과 야근이 반복됐다. 업무강도가 세고 생활이 불규칙하다 보니 다른 취업 준비를 할 여유조차 없다.
사실상 전업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받는 돈은 일반 직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 씨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씨도 처음에는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을 오가며 일과 공부를 함께했지만, 정작 서울 자취방 월세 내기에도 급급했다.
정 씨는 “취업 준비에 더 집중하기 위해 6개월만 아르바이트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취업이 그만큼 늦어진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높아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업이나 취업준비를 미루고 전업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가 당장 생활비에 밀려나면서 청년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취업포털 알바천국과 노동사회연구소와 진행한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6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는 전체 아르바이트생 중 절반이 넘는 56.2%에 달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답변도 16.3%에 달했고, 8~9시간 일하는 경우도 25.4%를 기록했다.
이처럼 긴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아르바이트가 유일한 소득원(56.3%)”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2학기를 유학한 김태진(26) 씨도 생활비와 학비 때문에 졸업을 한 학기 미루기로 했다. 김 씨는 “원래는 휴학을 하며 일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려 했다”며 “그러나 다음 학기를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휴학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와 같은 경우는 통계 속에서 이른바 ‘프리터’ 족으로 집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15~29세) 가운데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는 지난 5월 기준 25만3000명에 달한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최다 인원이다.
이들의 수가 늘고 있지만, 정작 아르바이트 자리는 점차 줄고 있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올라온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는 800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 여파로 지역의 아르바이트 공고 수가 크게 줄었다”며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청년은 느는데 경기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당분간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