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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달픈 청춘②]입사 평가만 2개월?…불합리한 채용과정에 두 번 우는 취준생
[사진=헤럴드경제DB]

-‘실무평가’ 미명 하에 사실상 ‘업무 지시’
-업무 시키고선 “인재 없다” 채용안하기도
-“약자인 구직자 위한 보호 장치 마련돼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최근 한 중견 IT업체에 지원한 취업준비생 A(27) 씨는 지난달까지 ‘실무 평가’라는 이름의 채용 평가를 2주 넘게 진행했다. 기존에 입사한 직원들과 똑같이 출근하고 야근도 하는 등 사실상 실제 업무를 함께 했다. 정시에 출ㆍ퇴근하는 인턴보다도 많은 시간을 일했지만, A 씨가 받은 돈은 2주 동안 20만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채용 과정에 참여해준 데 대한 수고비 명목이었다. 세 차례의 면접과 평가 기간을 합쳐 A 씨는 채용 전형에만 2개월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면접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 사이 지원했던 다른 업체는 시간이 없어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A 씨는 “채용 과정에서 탈락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사실상 일을 시키면서 구직자들의 시간만 빼앗은 것 같아 화가 났다”며 “그나마 다른 업체에 소문이 날까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과정의 일부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업무를 강요하는 경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이 전제돼 있다는 점 때문에 구직자는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정작 이를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대학생 김모(26) 씨 역시 지난여름 한 출판사에 지원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최종 평가라며 일주일 동안 실무에 투입된 것이다. 실무 평가가 있을 것이란 얘기는 있었지만, 실제 출근해 업무를 한다는 공지는 사전에 없었다. 결국, 김 씨는 평가 기간 동안 회사에 출근하며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도 포기하고 야근을 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김 씨는 최종 탈락 통보를 받았다. 함께 전형에 참가한 다른 지원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실무평가 후 아무도 채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평가 결과 채용 기준에 맞는 인재가 없었다”고 했지만, 지원자들은 “회사에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채용 과정 단계의 경우 정식 근로관계가 아닌 ‘과도적 근로관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구직자에 대해 불합리한 대우가 있더라도 이를 보호할 마땅한 제도적 장치는 없다. 특히 채용 단계에서는 구직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구직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보호를 요청하기는 더욱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구직자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대원 노무사는 “채용 과정에서도 비용 전가 등이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만, 흔히 말하는 ‘갑질’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없다”며 “채용 과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직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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