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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녹색당 대약진…‘포스트 메르켈’ 킹메이커 부상
극우 거부감, 집권당 염증 틈 공략
2개주 선거 2위… 지지율20% 육박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의 난민정책 난맥상으로 반사효과를 얻고 있는 곳은 극우 정당뿐만 아니다. 국경 개방을 지향하며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녹색당도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월에 진행된 독일 2개 주의 선거에서 녹색당은 모두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높아진 수준이다.

이 같은 녹색당의 부상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의 빠른 퇴보에 따른 것으로 극우 정당의 부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 메르켈 총리의 2021년 불출마 선언은 가까운 시점에 독일 정부의 커다란 변화가 임박했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 과정에서 녹색당은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헤센주 녹색당 의장인 카이 클로제는 SPD의 텃밭인 카젤시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독일 유권자들의 일부는 독일의 반이민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주류 정치권와 극우 정당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더 작은 중도적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녹색당의 부상은 지난 2000년대 극단적 좌파와 지금과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의 부상과 함께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INSA가 발표에 따르면 CDU, SPD, 녹색당, 그리고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모두 14~2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녹색당 정치인들도 당의 명확한 난민 수용 정책이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난민을 둘러싼 대연방의 진보적 태도와 보수적 입장 사이에 불만을 품은 중도 유권자들이 녹색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얘기다.

녹색당은 또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고등 교육을 받은 도시 엘리트들이 녹색당의 영향력을 외부로 확장시키는데 돕고 있다고 분석했다. 녹색당은 독일 16개 주가운데 7개의 정부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함께 통치해온 헤세주에서 CDU와 다시 연합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녹색당의 부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적인 전망도 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녹색당은 여론조사에서 28%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1년 뒤에는 다시금 11~13%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매인즈 대학의 주르겐 팔터 정치학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경제가 악화되면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녹색당에 대한 지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에서 녹색당의 부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독일 동부의 3개 주 선거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주는 극우 정당인 AfD가 주류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 곳으로 난민정책을 둘러싼 경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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